<컴은 나를 이렇게 바꾸었다> 새천년이 되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각오로 많은 다짐과 계 획을 세웠을 것이다. 나는 개인 사정으로 새 천년이 도래하고 있어도 아무런 대책없이 맞을 수 밖에 없었는데 지난 5월,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었던 컴퓨터를 배우게 되었다. 아이들 때문에 집안에만 있다가 처음으로 집밖으로 나가 게 된 것만도 내겐 큰 의미를 주었다. 바깥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잔뜩 안고 내딛었던 첫발은 내 생활에 새로운 획을 그어 주었고 잔뜩 움추려 있었 던 어깨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그리고 '나카타니 아키히로'의 '30대에 하지 않으면 안될 50가지'를 읽고 세웠던 항목중에 컴퓨터를 배우는 일을 실현하게 된 계기도 되었다. 컴퓨터를 배우면서 많은 자신감을 얻었고 새로운 세계를 접하면서는 작은 흥분까지 일었다. 그러나 부정적인 요소를 말하라면 나의 사고와 생활이 컴 퓨터에 의해 지배를 당하게 되어 버렸다는 사실이다. 이제 와서 뒤를 돌아다 볼 생각을 하게 된 것이 다행이라 면 다행이다. 우선 컴퓨터 때문에 얻은 것은 무엇일까? 첫째는 정보이다. 모든 정보의 창고가 작은 모니터로 출력되어질 때의 놀라 움과 환희는 감동 그 자체였다. 몸의 어디가 안 좋으면 의학정보를 찾아보면 답이 나왔고 여행을 하고 싶을 땐 여행정보를 찾아 보면 되었다. 요리,건강,식품,문학,영화등 모든 카테고리가 들어있어 원하는 정보는 언제 어디서든 얻을 수 있다는 게 참으로 신기했다. 두번째로 나는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들을 사귀게 되었다. 매일 얼굴을 보게되는 이웃집 사람들도 깊은 정을 나누기 가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닌데 인터넷에서는 시간과 공간 을 초월해서 쉽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교제의 장이 되어 주었다. 알게 된지 얼마 안되었는데도 마치 오래된 친구같은 느낌을 많이 받곤한다. 세번째로는 생활의 변화이다. 남편의 늦은 귀가에도 신경을 곤두세우는 일이 없어졌으 며 잔소리도 하지 않는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로 전화거는 일이라든가 시장 을 가는 횟수가 적어져 생활비가 절약이 되었다는 것도 변화라고 말할 수 있겠지? 그럼 잃는 것은 무엇일까? 첫째가 사고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열심히 정보를 찾아다니느라 두 눈은 바빠졌지만 대신 사고 할 시간은 그 만큼 줄어들었다. 일부러 사다놓은 책도 컴퓨터에 밀려 한 쪽에 밀쳐져 있 기 일쑤였다. 예전에 처음 TV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무척 신기해 했으며 TV 앞에서 몇시간이고 앉아서 시간을 빼앗겼다. 결국 바보상자라는 말이 나왔는데 내 생각엔 이젠 컴퓨터 가 바보상자가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이 말은 적절하게 컴퓨터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 한테 쓰는 말이 아니고 많은 시간을 컴퓨터앞에서 할애 하느라 조용히 사색의 시간을 만들지 못하는 나같은 경 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둘째로 의.식.주의 변화이다. 밤늦은 시간까지 앉아서 웹서핑을 하다보면 새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고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식탁에 시간을 투자할 시간이 자연 적어지고 찬만드는 것 또한 소홀해지게 마련이다. 세째로 주위사람들엔 대한 소홀이다. 친지의 안부전화도 뜸하게 되고 관심도 덜가지게 되었다 아이들 한테도 마찬가지이다. 동화책 읽어주었던 때가 언제인가하고 기억이 잘 안 날 정도이다. 아직 아이들이 그다지 크지 않아서 내 손길이 많이 필요 한데도 저희들끼리 놀게 놔 두는 경우가 많다. 이 외에도 더 생각해보면 얻는 것도 잃는 것도 더 많아지 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요즘 내가 작은 변화 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좌을 신청하여 컴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멀어져볼려고 하고 동호회의 모임에도 나가며 서점에도 나가는 둥 일거리를 만들고 있다. 가을 햇살을 받으며 걷노라면 마음이 그렇게 상쾌할 수 가 없다. 이제는 진정 컴앞에 습관적으로 앉아서 많은 시간 보내 는 것을 되도록 자제하며 다양한 체험을 하고 싶다. 독서를 통해서 할 수도 있고 바로 앞의 공원에 나가서도 할 수 있고, 여유가 된다면 여행을 하면서 산 경험을 얻는 것, 내가 이 가을에 하고 싶은 일이자 꼭 해야 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