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여자라면 나이에 상관없이 한번씩들 관심가져보는
단어가 다이어트지 싶습니더
지도 이 나이꺼정 우째 다이어트하고 넘 처럼 지냈겠십니꺼
여자들 이바구 중 에 그래도 제일 많이 등장하는기
남편이바구,자석이바구,시댁이바구,글고 다이어트이바구 지
싶습니더
지 도요 한두번 해본것이 아니거든예
지 가 해본 방법은 별끼 아이고
무식한 방법이라고 하겠지만 사우나에서 땀빼기
그리고 세끼 밥 줄여묵기 마 그것뿐이였지예
그래서 결론은 신경쓸땐 분명히 줄어드는데
이기 좀 느슨하게 풀어지면 도로 찰떡같이 붙는다
이기라예
무엇보다도 당기는 입맛이 제일 무서운 적수인데
이걸 그냥 우찌몬하니 자꾸 실패를 하나 봅니더
남들은 봄이오면 입맛이 없다꼬들 하는데
사시사철 입맛이 없을때가 없꼬
우짜모 입맛이 없는가 싶은것이 더 궁금시럽꼬
땡기는 식욕때문에 다이어트가 한치 건너 두치 정도
멀어져간 단어가 되었지만도
그래도 맵시있게 옷을 입고 싶을땐
또다시 다이어트란 단어를 찾아서 오날까지
뭉기적 거리고 있는 지 가 좀 한심스럽기도 하지예
오늘 아침 우리집 풍경을 좀 그려 볼라꼬 합니더
사실은 이 달 말미에 친척집 결혼식이 있어서
한복을 입어야 하는데 한복 쿠모 마 대충 두리뭉실해도
옷맵시가 나는줄 알지만도 그기 아이더마요
될수있으면 어깨선이 날렵해야 하고
가슴께도 양장과 달리 없는듯 밋밋해야 이쁜 곡선이
제대로 살아나더라 쿠는기 제가 한복을 보고 느낀 관점입니더
그래서 레슬링 선수같은 어깨를 좀 쥑여볼라꼬
쪼깐만 빼볼 생각으로 단단히 각오를 해버렸지예
지 는 원래 각오 ,결심, 이런것도 좀 충동적으로 하는 편입니더 ㅎㅎㅎ
"오늘부터 내가 다이어트 할라꼬 하니 좀 도와주면 조컸다"
군기 팍 넣어서 목소리 내리 깔고 아침식탁 에서
지가요 한마디 엄숙하게 했지예
우리 딸년들이 전부 또 시작이구나 하는 표정이고
화장실에서 마침 나오던 남편은 신문지를 돌돌말아
홱 쇼파위로 던지더니
"뭔 흰소리고 마아 밥묵자 고마 마이 묵고 건강한거이 내를 도와주는
기다 알겄제"
하기사 한두번 헛공약을 한게 아니니 말빨이 쉽게 먹히지 않으리란
것쯤은 나도 알지만도
그래도 마음 묵고 함 해보겠다는 사람 앞에두고
자석들 앞에서 그렇게 기 를 모지락스럽게 꺾을게 뭐꼬
싶더라꼬예
사실 주부들이 다이어트 한다는게 말이야 쉽지 그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거등요
아침밥은 자고 일어나서 대충 먹어도 그만 뭐어 그렇다쳐도
저녁을 줄여야 한다는데 이 저녁밥 말입니다
이것이 안되더라꼬예
저녁찬거리 사서 지지고 볶고 끓이고 이렇게 새로 음식장만해서
식탁위에 얹어두고 모처럼 저녁시간 한 자리에 모인
가족들과 이바구 하며 즐거운 식사시간이 되어야 하는데
다이어트한답시고 그 맛난 음식 외면하며
베란다에 나가 청승떨며 바깥 보기를 하는것도 몬할짓이지만
그렇다고 오감이 전부 식탁에만 가 있는데
귀하고 눈 만 가지고 티브이에 암만 신경을 돌려봐도
그기 또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예
그래서 오늘 아침 그래도 내딴에는 소신껏
함 해볼 요량으로 선언을 했던것인데 남편때문에
그만 얼그러지고 말았지예
할수없이 밥공기에 된장 한 숟갈 넣어 나물 넣고 비벼서
막 묵을라꼬 했는데
남편이 갑자기 내 밥공기를 가져가지 뭡니꺼
"아아들 앞에서 한 공약인데 지켜야 안되겄나 오늘 하루만이라도
약속을 지켜봐라 매일 헛공약만 하면 아아들 한테 체면이
서나"
그러면서 딸년들께 눈짓을 해가며 내 비빔밥을 홀라당
푹푹 떠서 먹는기라예
그만 머쓱해져서 발딱일어나 냉장고 문 을 열고
생수병을 들어 목에 들이 부었지예
물배라도 채워야 겠다 싶어서예
그리고 뒷베란다에 나갔답니더
창을 열고 뒷산을 올려다 보는데
묵어야지 하다가 빼앗긴 비빔밥이 눈에 어른거리고
배는 더 고픈것 같았지예
그때 마침 뒷베란다 다용도실 한쪽에 얹어둔 체반이 눈에 확
들어오더라고예
아~~~~~~~``그 위에 삶은 고구마를 납작 납작 썰어서
체반에 말려둔것이 나흘전이었지 싶네예
꾸덕 꾸덕 아직 덜 말란 것이 딱 먹기엔 좋았지예
그래서 하나 집어 씹어 보니 달콤하고 쫀득한것이
얼마나 맛있던지
뒷베란다 에 둔 장독에서 동김치 무우 하나 건져들고
곁들여 먹는 맛이 얼마나 일품인지
뒷산 구경이고 뭐고 그만 주저 앉아
찐고구마 말린것 하나 먹고 ,동치미무우 베어물고,
이렇게 맛있는 조촐한 식사을 하고 있었답니더
참 제 삼자인 남들이 봤다면 넘 넘 불쌍타 했을깁니더
한참 무아지경에 빠져 무우뿌리 씹고,고구마 말린것 씹고 이러고 있는데
어쩐지 뒤꼭지가 근질거려서 이상타 싶어 돌아봤지예
남편과 딸들의 놀란 듯 한 시선과 벌린 입들 들 들 ....
"그리 묵고 싶어서 우찌 다이어트할래 들어와서 밥묵어라
참말로 꼴사나워 몬 보겄다 아이가 허 참 내 원 "
남편은 터지는 웃음을 참는듯 했고
딸년들은 지 들끼리 킥킥 숨죽여 웃는 소리까지 들렸지예
참말로 이기 무신 대 망신이고
씹다만 동치미 무우를 들고 출래 출래
주방에 들어가서 식구들이 남긴 음식들을 치우면서
당기는 입맛을 원망도 해봤지만
내가 섣불리 다이어트 선언한 탓이 컸기에
암말도 몬하고 말았지예
이왕지사 먹다 들킨것
많이나 묵고 말자 싶어서 밥 솥 열어 양푼이에
밥을 푸고 ,남은 반찬 다 넣고 ,고추장 한 숟갈 푹 넣고,
쓱쓱 비벼서 아구구 묵었지예
"참말로 언쟈 내 사전에 다이어트는 없다"
"글타꼬 내가 굴러다니는 몸도 아닌데
쪼깨 옷맵시가 덜 나더라도 참아야지" 속으로 이런 생각했지예
그것보다 몬참을게 묵는 음식 앞에두고 굶어야 한다는것이
백배 천배 더 힘들다는걸 알거든예
우쨌든지간에
오늘 아침 헤프닝은 그렇게 끝났심니더
참말로 나에겐 이룰수 없는 다이어트고
정말이지 눈물나게 당기는 식욕때문에
허망한 다이어트고
눈물삼키며 해야할 울어라 다이어트랍니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