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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이 그렌져 타는건? 불자님 죄송함다.


BY 나의복숭 2000-10-21

매주일이면 가까운 산에 잘 올라 갔다온다.
등산 차원이 아니고 걍 운동차원이다.
그것도 가고 싶어 가는게 아니고 남편이 가자니까
쫄따구라 어쩔수 없이 따라간다.
안가도 물론 대세에는 지장이없지만
이 험한 세상 남편을 야시들한테 보호하기 위하여
거룩한 사명감을 가지고 따라간다. 하하.

그날도 가파른 길을 낑낑대며 올라가고 있는데
(울남편은 절대 손같은거 잡아주는 사람이 아니다.)
뒤에서 빵빵거리는 크락션 소리가 들렸다.
(도데체 어떤 잉간이고? 여기는 차 몬갖고 온다고 글카든데...)
그러면서 잘난 잉간 행차하는데 지장 없도록 옆을 비켜섰는데...
그 잘난 잉간은 바로 스님였다.
검은색 승용차의 운전석에서 승복을 입고 운전을 하는데
차종을 휠끗 보니 옴마야~~~~ 그렌져였다.
그래서 앞에가는 울 남편을 큰일이라도 난듯 막 불러 세우면서
"애구 보이소. 같이 가자"
숨을 헐뜩이며 막 뛰어가서 울남편 옷자락을 잡아 땡겼다.
"봤지? 봤지?"
"뭘?"
"헉.헉~~~ 스님이 그랜져 운전하고 간다. 저봐라. 맞제?"
"이사람아. 스님은 그랜져 운전 못하란 법 있나?"
"그래도 스님이그랜져 모는건 너무 한거 아니가?
도 닦는 사람이 그랜저가 뭔 필요있노. 그거 다 신도 주머니에서
나온거잖아"
"됐네. 니가 뭐 스님 그랜저 사는데 보태준거 있냐? 왜 그리 열을내?"
"내는 보태준거 없지만 당신은 보태줬잖아"
울 남편은 불교 신자는 아닌데 웃대 어른들이 불교를 믿어서 그런지
나이 드니까 절에 가면 시주를 하고 꼭꼭 절을 한다.
나는?
어중간하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세는 받았는데 몇년째 냉담이다.
죄를 너무 많이 지어서 고백성사해봐야 또짓고 또 짓고해서...흑흑.

그러니까 이젠 무신론자에 가까운데 남편따라 절에 가면 그냥
인사를 한다. 예의니까...
그런데 울 남편이 배추 잎파리를 시주함에 넣을때는 좀 아까운 생각이
든다. 더구나 조계종 쌈이 있고 난후는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찰에 가면 관람료는 왜 또 그리도 비싼지 욕을 할때도 많았다.

그런 나 인지라 스님이 그랜져 타고 가는걸 보니
배알이 땡기고 고운 소리가 나올택이 있나.
"진짜 웃긴다. 스님이 그랜저가 뭐꼬. 티코쯤 되면 내가 봐주겠지만..."
난 그 스님 그렌져를 꼭 내가 사주기라도 한것처럼 궁시렁 거리면서
대꾸 안하는 남편도 얄미워 또 한마디했다.
"좀 있슴 스님이 골프도 치겠네. 머리 홀랑 깍고 골프치면 어지간히
보기 좋겠다"
"시끄럽다. 그럴수도 있지 뭘그래. 스님은 아무것도 아냐.
목사는 진짜 골프친다, 또 그기 뭐 나빠?"

나는 사실 거룩한 목사님이나 이름있는 절의 고승님들은
우리들 일반인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항상 생각해?럽?
청담. 성철스님같은 분은 누더기 승복으로 평생을 사셨고
속세의 모든것에 초연하셨다.
정말로 무소유로서 오직 자아성찰에만 몸 바치셨길레
모든이의 귀감과 존경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새는 스님도 고기를 잡숫고 염불도 카셋트에 녹음을 해서 하고
자가용을 타고 다니신다.
그래서 스님이라해도 옛날만큼 존경심이 나질 않는다.
우리보더는 뭔가 좀 달라야 되는 거 아닌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울 남편뒤에 대고
아이구 스님이 우짜고 했드니 드뎌 울 남편이 화를 냇다.
"그따위 소리 자꾸 할려면 따라 오지마. 내려가"
하이구 누가 내려가라면 못 내려갈줄 알고.

그래서 소나무 밑에 앉아 땀을 닦고 안올라 가고 있었드니
조금올라가다가 뒤를 홱 돌아보드니
"너 빨리 안올거야?"
(하이구 참 더러버 죽겠네. 갖고놀아라)<----속으로.
할수없이 또 따라 올라갔다.

아무소리 안하고 가니까 또 입이 심심해서
"있잖아 좀 있으면 신세대 스님이 나올끼다. 신세대 스님은
머리도 길러서 노랗고 빨갛게 염색할끼다"
울남편 어처구니가 없는지
"그래 니말 맞다. 맞으니까 제발 그만해라"
그래서 스님 모독죄에 걸릴까봐 스님 얘기는 그만 하고 가다가
"지난번에 고모하고 크리스탈 호텔 라운지에 갔는데 그기서
스님이 칼들고 스테이크 썰드라"
나도 모르게 또 한마디했드니
이번에는 진짜 돌아서서 인상을 팍팍 쓴다.
애구 산에 와서 또 쌈하고 내려가겠다 싶어
그때부터는 흥부놀부 얘기로 레프토리를 바꾸었다.

귀속말: 사실 솔직하게 말하면 요기서는 내가 점잖은 말로
스님이라 캤는데 직접 얘기할때는 울 남편이나 내나
중이라 글캤심다. 부처님. 불자님 죄송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