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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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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하하하하 작가선생이라고라?


BY cosmos03 2002-01-03

우리 세 식구 모처럼만에 가족 나들이를 했다.
솜씨없는 글이 당첨되어 얻은 무료식사권.
방송국에 보낸 또 다른 편지로 받은 문화상품권.
또 하나의 상품권인 화장품 교환권.
얇은 지갑속은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최소한의 돈으로 최대한을 즐기기 위해 우린 머리를 짜냈다.

" 우선은...식사부터 하는거야 "
' 그리고? "
" 그 다음은 영화관람을 가자 "
" 뭐 볼껀데? "
" 글쎄다. 볼꺼야 많지만. 이구~ 네가 초등학생 이잔냐 "
" 우리 해리포터 갈까? "
" 얌마! 그건 예약이 안되어 있어서 안돼 "
" 그럼 뭐봐? "
" 걍 가보자. 가서 결정을 하자 "

남편은 우두커니 딸과 그 에미의 대화를 듣고만 있을뿐 별다른 말이 없다.
" 헤이! 기사님 출발 하자구요 "
땡감씹은 표정으로 남편은 줄래줄래 따라 나선다.
귀찮으니 그냥 집에서 쉬자고 하는 남편을 오늘저녁은 못 준다는 반 협박? 으로
난 앞에서 끌고 딸아이는 뒤에서 밀고.
그렇게 해서 우린 집을 나섰다.

들릴곳은 세군대인데.
고맙게도 모두 둔산에 자리하고를 있기에 적어도 가스값은 절약이 되었다.
물어물어 화장품가계를 찾아서는 상품권 한장을 주니
샴프에 린스에 헤어젤에...
주섬주섬 많이도 싸 준다.
한아름을 가슴에 안고는 그 화장품 가계를 나오니 겨울해라 그런지
제법 어둑거려 온다.

아직 배는 고프지 않지만 영화를 보려면 순대는 채워놔야겠기에
무료식사권을 갖고는 식당으로 갔다.
식당문을 여는데...내 소심한 남편.
내 소매를 잡아끈다.
" 왜에? "
" 야, 만약 공짜손님이라고 틱틱거리면 어떻게 하냐? "
" 틱틱거리긴... 그러면 내 가만히 안 있지 "
" 가만히 안 있으면? "
" 아~ 이 양반아. 우리가 뭐 동냥하러 왔냐? 우린 당당해.
당당히 편지글에 당첨이 된것이고 그 상품으로 받은 식사권으로 밥 먹으러 온것인데
뭐시가 워쪄? 우리 권리야. 권리행사도 못 하냐? "
" 그래도... "
" 우이쒸~ 뭐가 그래도야? 당신은 들어가서 애 하고 자리잡고 앉아있어 "
" 그럼 당신은? "
" 난, 당당히 식사권 내고 밥 달라고 할테니 "

쭈뼛거리며 안들어가려 하는 남편의 등을 어거지로 떼어 밀곤
가슴을 활짝 펴고는 무료식사권을 내 밀었다.
" 우리 세 식구 밥좀 주세요 "
주인인지 나그네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척이나 반가워하며
자리를 안내해준다.
" 여기가 따뜻해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
부터 시작해서 몸둘바를 모르겠을 정도루다
친절을 베푸는거다.
우린 그날...그 식당에서 완전 칙사대접을 받고는 꺼~억
게트림을 뽑아내고는 나올수 있었다.

화장품도 받았고 배속도 든든히 채워 놓았으니
극장으로 향하긴 했는데.
울딸 녀석때문에 제약을 받는것이 많다.
허우대가 하도 커 놔서 극장주인들이 깜박 속을줄 알았는데.
웬걸? 씨알도 안먹히드만.
고르고 골른것이.
하긴 골를것도 없이 볼것이라고는 딱 하나.
화산고라나 뭐라나.
문화상품권 네장을 주니 거스름돈 2500원을 내 준다.
아이는 연신 잼있다~ 잼잇다 하는데...
에구~ 난 저것이 영화인지 뭐인지.
그냥 졸리웁고 온몸이 배배꼬이는것이 어서 집에나 가고 싶다.
내 취향이 아닌것이다.
남편과 아이의 중간에 낑겨서는 남편의 얼굴 한번 바라보고...
딸 아이의 표정한번 바라보고..
어쩜! 둘다 똑 같다.
헤~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는 연신 퓨~슝
날리는대로 눈동자들이 돌아간다.

화면보다는 두 유씨의 표정이 내겐 더 재미꺼리다.
요리보고~ 조리보고~ 그리고 화면보고~
줄거리조차도 모른채 영화는 끝이났다.
사람들의 무리속에 휩싸여 우리도 극장문을 나선다.
공기밥 추가로 밥들을 든든히 먹여놓았더니.
남편이나 딸이나 뭘 사달라소리 안해서 좋다.
우리 자가용 (개인택시 ) 있는곳까지 세식구 나란히 손잡고
밤 바람을 맞는기분도 그럭저럭 상쾌하다.
" 영화 어땠니? "
" 디따루 재미있었어 "
" 당신은 어땟수? "
" 이야~ 졸려서 죽는줄 알았다야 "
옴마야~ 게침을 질질 흘려가며 본 사람이 누군데...
화면따라 열심히 눈동자 움직인 사람이 누군데...
웃겨 증말.
그러나 내색은 안햇다.
서방이 그렇다면 그런것이니까.

차안에서 지갑을 열고는 돈을 보니.
오늘 하루 배불리 먹고 문화생활까지 누렸어도
처음에 갖고나간 돈은 그대로이고...
문화상품권은 아직도 우리세식구를 한, 세번쯤은 영화를 더 볼수있도록
남아있었다.
좌석옆에는 화장품도 한보따리 있으니...
매일이 오늘만 같다면 세상살맛이 나련만.
히죽해죽 웃는 내게 미소를 보내던 울 서방.
내손을 슬그머니 끌어다 잡으며 말한다.
" 어이~ 작가선생. 선생때문에 오늘 즐거?m소. "
( 엥? 웬 작가선생? 뭐시여 시방 꼬는겨? )
" 당신 왜 그래? 무슨 선생씩이나...쑥스럽고만 "
" 맞잔여. 당신의 글로다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선물도 받고... "
" 근디 왜 내 귀에는 쪼까 껄적지근하게 들리지? "
" 그건 네 마음이 삐다닥해서 그런거야 "
" 그런가? "
" 진심이야. 이 사람아 오늘 잘 먹고 즐거웠어 "

돈 한푼 안들이고 가족들 밥먹이고 문화생활 즐기게 해주고
작가선생 소리까지듣고.
그게 설혹 빈 말이라도
우~하하하하
기분 무자게 좋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