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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의 작은 파티


BY 산아 2002-01-02


난 시골집(친정집)에 갔다오면
그 여운이 한달동안은 즐겁다.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풍족해진다.
아마 시골이 고향인 사람은
모두다 나와 같은 생각일게다.

아들보다 딸이 많은 우리집은
구정에는 시댁으로
연초에는 친정집으로 식구들이 다 모인다.
식구들 모이는 것을 좋아하는
아버지와 큰오빠는 모이는 식구들을 위해
작은 파티를 준비한다.

2002년 첫날인 어제도
점심시간에 맞추어 도착한 우리신랑과
나 애들둘은 "야호" 환호성을 지르고 말았다.

부모님과 오빠네 식구4명 여동생2명과 그 식구들
장가안간 남동생이
마당에 둥그렇고 큰 깡통을 놓고
장작불을 지펴 그위에 철망을 깔고 생굴(껍질째 통채로)을
구우고 있있다.
장작불옆으로는 플라스틱박스를 둥그렇게 둘러놓아
의자를 만들고
술과 초고추장과 과일이라곤 배만 놓은 상차림......다른건 하나도 필요없었다.
엄마는 그 옆에서 손자손녀 먹일려고 숯불에
고구마를 굽고 계시고.............

어른들은 술한잔씩을 들고
애들은 배즙한잔씩을 들고
올한해도 "건강만 해라 난 다른건 하나도 안 바란다"는
아버지의 말씀에 전부 동감이다.

겨울바람이 조금은 세게 부는 마당에서
애들은 막대기를 하나씩 들고 불을 헤집고
어른들은 손에 면장갑을 끼고 작은칼로
장작불에 구운 굴껍질을 벗겨
살짝 익은 동르란 굴과 함께 짭짭한 굴물을 안주삼아
술한잔씩 하고.....부러울것이 없다.

바닷가 근처의 현장소장으로 나가있는 오빠덕에
우리식구는 년 3년째 겨울이 오면
마당에서 온식구들이 둘러앉아 한두번씩은
이렇게 작은 파티를 한다.

시댁이 도시인지라 울남편은
시골바람과 흙냄새와 또한 마당에서의
이런 작은 소찬과 함께한 파티를
무척 좋아한다.
술서너잔에 장작불에 이미 취한 모습이다.

마당에 지핀 장작불 하나에
아버지의 과수원에서 나온 배조각하나에
작은 굴하나에.......... 군고구마 하나에
온식구들 마음이 벌써 뜨거워져 버리니
이래서 가족이란 그냥 좋은가 보다.

가족들의 사랑스런 분위기에 취한
신랑을 꼬셔내어 난 집뒤의 텃밭으로
오랜만에 데이트를 나갔다.

텃밭에는 한겨울인 지금도
마늘이며 상추며 시금치등이 있었고
한쪽에는 취나물뿌리가 숨어 있고.
앵두나무, 파리똥나무, 탱자나무, 포도나무,
감나무등이 모두 앙상한 가지로 겨울을 나고 있었다..

텃밭뒤로는 대나무숲이 있어
바람에 사각거리는 대숲의 소리를
신랑과 둘이 귀기울려 들으면서 올한해도 작년처럼만
그렇게 별일없이 차곡차곡 살아가자고.......
남편과 신년약속을 하고...........

5형제를 낳아 다기르고 가르치고 출가시켜
뭐 줄거없나 하며 자꾸자꾸 오라하면서
자식들이 따라준 술서너잔에 행복해 하는 아버지.........
맨날 과일이며 고추, 깨등을 한보퉁이씩을 싸주고도
줄것이 없다고 서운해 하시며
자식들 오기만을 학수고대하는 엄마..............
그분들의 사랑을 자식을 둘이나 낳고 나서야
이제는 좀 알것같다.
올한해도 두분 제발 건강만 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자주 자주 찾아뵈어야지......

새해둘째날
아직도 부모님이 계신 시골집의 따듯한 정이 마음속에
남아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