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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소송을 하고 있는 중 배우자의 동의 없이 시험관 시술로 아이를 임신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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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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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 산타


BY 얀~ 2001-12-24

이모 산타는 12월 30일에 결혼을 한다.
여동생이 아이 둘에게 옷을 사준다고 한다. 크리스마스도 다가오고 좋은 선물이다.
차를 앞에 대고, 마지못해 함께 간다. 난 쇼핑의 즐거움을 모른다. 복잡하고 힘들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이 많으면 숨을 쉬기 곤란할 정도로 익숙하지 않다.

첫 매장에 들어서 딸아이의 옷을 입혀주는 자상한 남자의 손놀림을 보면서 생각한다.
'어머나, 어머나 나보다 훨 잘하네'
난 잘하는 게 별로 없다. 뭐든 잘하는 게 있어야 살맛이 날텐데...
딸아이가 고른 바지는 분홍색, 그에 맞춰 분홍의 티와 조끼까지 분홍색으로 통일해서 입었다. 계산은 산타 이모가 했다.
아들녀석 스키 장갑을 집어 든다.
(풋핫핫핫....아들녀석 딸과 함께 장갑을 계산대 앞에 놓는다. 계산은 산타 이모가)

두 번째 매장에 들어서 바지를 고르고, 남방을 고르고 조끼를 고른다. 두벌정도 올려놓고 아들녀석이 선택을 한다. 갈아입으니 산뜻하니, 모범생 같다. 흐뭇하다. 점퍼를 본다. 가격이 비싸다. 산타 이모가 계산을 한다.
(윽, 장난이 아니네)

내려오면서 롯데리아에서 불갈비 버거를 세일한다하여 세 개를 산다. 오분을 기다리라고 하는데, 콜라는 슈퍼에서 사라고 돈을 아들녀석에게 건네준다.
여동생의 한마디 "정말 콜라하나 내껀 안사?"
(결혼해봐 짠순이 된다.)

남편은 내가 쇼핑하는 한 시간동안에 전화를 네 번 걸어왔다. 음, 역시 내 일이 쉽지 않은걸 남편이 알아줬음 하면서 서두른다. 차에 물건을 싣고, 가게로 향한다. 이모가 큰맘먹고 시집가기 전에 애들에게 옷을 사주는 건데 싶다. 크리스마스라서 선물을 사준다 싶기도 하고, 고맙다는 말을 안 하는 애들에게 '너희들 이모 산타에게 고맙다고 안 하니?' 했다.
'이모 고마워'란 소리를 그때서야 한다.

여동생 하나 남았는데, 결혼을 한다. 섭하기도 하지만 스물 아홉이란 나이가 적지 않아서 시원하기도 하다. 앞으로 잘 살아야 하는데 그런 생각이 든다. 나처럼 얼띠는 아니니깐 잘 살거란 생각을 한다.
"얘, 시댁에게 가서 반찬은 많이 챙겨왔니"
"응, 많이 가져왔어"
다행이다 싶다. 젊은 시어머니와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나이든 어른하고 맞는 곰탱이고, 여동생은 여우니 나보다 잘 살 것이다. 살아봐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