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날.
비행기시간이 늦은 오후이기때문에 3시까지는 더 다니기로 했다.
check out을 하고 짐을 호텔에 맡긴다음,
파리 근교인 라 데팡스를 둘러보기로 했다.
출발하기전 남편이 지갑에 돈이 떨어졌다고 내지갑의 돈을 1000프랑이
조금넘게 가지고 가서 자기 지갑에 넣었다. 더 달라는 것을 그냥 주기싫어안줬는데 얼마나 다행인지.
지하철에 내려 패스를 투입구에 넣고 나가려는데 이곳은 다른역과는
조금 달라서 약간 멈칫거렸다.
이때 건장한 남자가 다가와 남편의 뒤에서 너무도 친절하게 밀어주고
알려준다. 그뒤를 바로 커다란 흑인 한명이 밀고 지나가고.
바로 그때, 남편이 뒷주머니의 지갑을 찾았다.
그러나 이미 벌써 지갑은 날아가고.
그 백인과 흑인 두 사람이 소매치기 일당이었다.
동양인 관광객들의 주머니만 노리는 소매치기.
절대로 당황하지 않는 남편은 당황하기 시작했고, 그들을 찾으러
돌아다닐려고 난리다. 역무원에게 물어보지만 이사람은 영어도
잘 못하고 워낙에 자주있는 일이라 시쿤등하다.
일단 남편을 진정시킨다음, 공중전화카드를 구입해서 서울로
전화를 하기로 했다. 카드부터 신고해야지.
물어물어 겨우 공중전화카드를 구입하고 (이곳은 동전전화가
거의 없다) 전화를 하려는데.
빌어먹을. 절로 욕이 나온다.
무슨 전화카드 하나를 이리도 어렵게 만들어서 도무지
쓸수가 없다. 마침. 점심시간에 휴식하러 나온 여자에게
물어서 겨우 통화를 했다. 이 여자. 가르켜주면서도 자기네들이
써도 너무 어렵단다. 그래도 친절한, 그리고 영어를 잘하는
이 아주머니가 구세주처럼 고마왔다.
일단 잃은 돈(25만원 정도) 은 잃은 돈이고,
차한잔을 마시기 위해 건물 카페에 들어가서 겨우 놀란 가슴
진정시키고, 남편과 서로 쳐다보며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만약에 돈을 다 내줬다면... 생각만해도 난감하다.
4일내내 주의해서 안주머니에 넣고 다녔는데 별수없지 뭐.
어차피 여기까지 왔는데 라데팡스나 구경하지 뭐.
이곳은 개선문에서 서쪽으로 1958년부터 발전하기 시작한
상업지구로 세계적인 행사나 각종 비즈니스 모임을 행할 수
있을만큼 규모가 크고 첨단시설을 지녔다. 라데팡스의 신 개선문과 루브르의 카루젤 개선문 그리고 개선문이 일직선을 이루기때문에
날씨가 좋은 날은 그 장관을 볼 수가 있다.
이곳을 나와서 다시 숙소로 가는길.
중간에 내려 점심을 먹고 노천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셨다. 차를 마시면서 남편에게 고맙다는 말과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냥 알아주겠거니 하고
손만 잡았다.
파리는 연인의 도시. 사랑과 고독, 예술과 자유의 도시.
릴케는 파리를 '어느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도시'라 했다.
이곳은 북쪽은 가난하고 남쪽은 부자라고 한다.
지하철만 타고 표시가 나는데, '가난속에서 예술이 싹튼다'
는 말이 있듯이 북쪽의 몽마르트가 대표적인 지역이다.
몽마르트에서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연주하고 또 흥이나면
물랭주즈 같은 곳에서 춤도 추고....
그들은 이곳을 중심으로 예술가의 혼을 심어나갔다.
거리의 무덤(몽파르나스)에는 보블레르, 샤르트르, 까미유
모파상등의 유명인이 잠들어 있고 나는 그곳을 지나치기만 해도
그들의 무덤에 꽃한송이 던져놓은 기분에 빠지기도 했다.
시간이 허락하면 파리 아래 지방인 그 유명한 베르사이유 궁전을
가보고 싶었지만 남편의 출근때문에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꼭 다시오리라. 그리고 그때는 제대로 이 도시를 느끼고
밤거리도 무작정 걸어보고 가리라. 혼자만. 그냥 혼자만
기약해본다.
숙소로 돌아와 짐을 찾고 드골 공항으로 출발.
공항에 도착하니 대한항공의 대기실에는 한국인들로 만원이다.
면세점에는 선물을 사려는 사람으로 북적대고,
기다리는 의자위에 신발까지 벗고 앉아서 소리지르고.
추태도 그런 추태가 없다. 괜시리 기분이 상해오고...
비행기가 이륙하고 조금있다가 저녘밥으로 비빔밥이 나왔다.
너무도 반가와서 5분만에 뚝딱. 하기는 남편은 3주동안
한번도 우리밥을 못먹었으니.. 내것을 노리는 듯 했지만,
벽을 보고 모르는체 다 먹어버렸다. 헤헤...
그리고 편안한 깊은 잠을... 너무도 편안했다.
아마도 집으로 돌아가기 때문이 아닐까.
드디어 김포의 하늘에 도착했다. 비가 내리나?
이글을 쓰는 동안 남편이 너무도 행복해했다.
내가 기억 못하는 부분까지도 세심하게 기억해내기도 하고.
아뭏든 기분좋아진 덕에 올해 다른 출장때 한번 더 동행하기로
약속을 받아내는 쾌거(?)를 얻어냈다.
오늘 밤에는 남편에게 사랑한다는, 그리고 고맙다는 말을
꼭 해보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