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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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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여행


BY 얀~ 2001-12-15

요즘 눈이 퉁퉁 부어 힘들다. 그래도 일어나 가게에 설렘으로 나온다.이메일을 열어보는 재미에. 예전 중학교 시절에 엽서 쓰기에 취미가 생겨, 대전 mbc 라디오에 일주일에 몇 번은 보냈고, 그리고 글도 쓰게 되었다. 대전 mbc 앞에 시민회관이 있었는데 토요일에 들려 겸사겸사 방송국에서 주는 상품권을 챙겨들고, 시화전이나 미전을 보게되었다. 여고시절엔, 방송을 듣고 집으로 편지를 보낸 청취자도 있었고, 같은 또래 친구들도 있었다.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과 통함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고, 많은 서신을 나눴다. 말이 없던 나에게 유일한 낙이라면, 라디오 방송과 편지였다.

가게에 들어서 이메일을 연다. 읽고선 가끔은 남편에게 읽어준다. 사실 칭찬도 있고, 미숙한 부분에 대한 지적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희망적인 내용이다. 격려와 힘내란 말들이 참 좋다. 아침에 열어보고 힘을 얻게 해주려고, 이메일을 써준 일도 있다. 힘겨운 상황으로부터 벗어나 떨어져 나가면 섭섭하긴 하지만, 다행이라며 손을 놓는다. 요즘 힘겹고 어려운 상황에서 기분을 업 시키는 응원의 말이 필요하다. 나도 그렇지만 대부분이 아침을 기분 좋게 열고 싶을 것이다. 친구나 힘든 상황에 있는 분에게 이메일을 써보자. 열어보는 설렘에 사로잡힐 겁니다.

인터넷을 통해 유용하게 쓰는 방법을 터득해가고 있다. 일단 이메일을 확인하고 3~4곳을 자주가기를 통해 능숙하게 방문한다. 편안하고 정적인 글을 볼 때 감동한다. 경험했거나, 통하는 바를 보면서 기뻐도 하고 슬퍼도 하고,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답글을 적기도 하고, 가상공간이지만 정이 있고, 사랑이 있어 좋다.

이진우(http://gboat.co.kr/windia/)라는 분의 홈페이지를 보고 있다. 많은 글이 있어 아직 반도 못 보았지만, 틈나는 대로 들어가고 있다.
휴지는 저를 주세요란 제목의 시다.
다름아니오라/제 양식은 휴지,/간식은 쓰레기라서/부탁드리는데요/휴지는 저를 주세요/한가지 더 부탁 드리는데요/제 살에/제 피에/휴지가 가득차서/더이상 들어가지 않거든/비워 주세요//그대의 삶의 흔적은 오물투성이/그대의 흔적 있는 곳이면/어디든 따라가지요/본래가 과거형인 휴지는 저의 현재/그대가 버린 모두로 저는 삽니다/터질 것 같은 행복으로 살아갑니다/하지만 그대,/제겐 손이 없어서/조막손도 없어서/스스로 비우진 못합니다//
시간이 없는 터라, 정신 없이 읽고 지나치지만 시란 천천히 읽어야 맛을 느낄수있다더군요.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남에게 받지 못한 편지를 홈페이지를 통해 몽땅 받았다 생각하면 후훗~ 웃음이 터진다. 열정 어린 글을 보며 그게 다 내게 보내온 편지다 생각하면, 아직도 읽을 편지들이 가득 쌓여있다는 야릇한 착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오늘도 행복한 착각에 하루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