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면 유난히도 옛추억이 생각난다.
25~6년전 이야기.
지금도 가끔 생각나서 혼자 실없는 사람마냥 웃곤한다.
우리옆집에는 오쟁이오빠네 집이었다.
담하나를 두고 두집은 그렇게 붙어있었다.
오빠네 아버지, 즉 오쟁이 아저씨는 그야말로 풍류쟁이
한량이셨다.
한잔하셨다하면, 구성진 가락에 춤은 또 얼마나 일품이셨던지...
그때에는 논두렁이나 뚝에 개구리, 도마뱀을 흔히 볼수 있었다.
도마뱀.
다리가 달린 도마뱀은 아저씨의 애완동물이었다.
늘상 도마뱀을 윗저고리 주머니에 넣고 다니시며,
우리또래 어린아이들 손에 살그머니 놓곤
아이들이 기겁을 하며 놀라는 모습에 재밌어하시는 그런 개구진
분이셨다.
아저씨는 유난히도 나를 예뻐하셨다.
나만보면 늘상 머리에 군밤을 먹이시고, 군밤값을 내라신다.
이렇게 당할수만을 없어.
몇날 며칠을 두고 궁리 궁리한 끝에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그방법이야.
우리집 바깥마당엔 군밤값으로 적당하다싶을 그 물건이
푸짐하니 넉넉히 쌓여있었다.
군밤값 마련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아버지 담뱃갑속의 은박지를 모아 풀로 포장지를 만들었다.
마당에서 그물건을 가져다 정성스럽게 신문지로 싸고 또 쌌다.
마지막으로 은박지로 예쁘게 마무리해서 준비한 상자에 담았다.
"아저씨 그동안 저에게 주신 군밤 참 맛있었어요.
보잘것 없지만 군밤값으로 받아주세요. 저의 작은 정성입니다.
쪽지까지 준비해서 오쟁이 아저씨를 기다렸다.
아저씨를 기다리는 시간이 왜그리도 길게 느껴졌는지...
그날은 마을 회관에서 회의를 하는 날이었다.
회관은 우리집앞 길옆이었다.
회의가 끝나고 동네사람들이 우리집앞에 다 모여있었다.
난 용기를 내서 아저씨께 선물을 공손히 갖다드렸다.
이녀석아. 이게 뭐냐?
예. 아저씨가 말씀하신 군밤값이예요.
아저씨는 동네 사람들앞에서 선물을 풀고 또 풀으셨다.
단단히도 쌓았구나.
마지막 신문지가 풀어지는 순간 사람들은 뒤집어질듯
박장대소를 했다..
그 선물이 무엇이었냐고요?
그것은 바로 ..........
푸짐한 소똥이었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계시지만, 아저씨의 훈훈하고 따뜻한정은
언제까지나 내 마음속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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