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친구한테서 전화가 온 뒤로
난 가슴이 아리고 쓰리고 답답하다.
내가 차버린 남자가 아까워서...^^
내가 왜 그랬을꼬~!!!
그때 눈 높이를 조금만 낮추었으면 하고...
그러니까 20여년전...
친구의 오빠가 군대를 막 마치고 와서는...
집에서 잠깐 놀고 있었다.
난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퇴근하기가 바쁘게 허구헌날 친구들과
어울려 다방이나 음악다방에서 차 마시며 우리들의 핑크빛 미래를
꿈꾸며 하루를 보내곤 했었다.
요즘이야 시골 아니면 다방이 거의 없지만...
그때만 해도 거의 다방이고...
좀 젊은 사람들은 음악다방이라는 곳을 자주 다니면서...
DJ들을 흠모하며 좋아하곤 했었다.
내 친구 하나는 DJ를 좋아해서 아예 퇴근만 하면
그곳에서 찐득이가 되어 자정 무렵에야 집으론 가곤 하였다.
그때 그시절...
친구 오빠가 날 무척 예뻐했다.
장학생으로 전문대를 나와서 서울서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사년대에 편입해서(장학생으로) 삼학년 재학중이라고 한다.
친구집을 가는 날이면...
예의 그 오빠가 날 반기고...
가난한 호주머니를 털어서 친구와
날 영화 구경도 시켜주고...
날 보는 날이면 그날 하루는 괜시리 기분이 좋아
콧노래를 부른다고...
자기 여동생 보고는...
"너 친구는 왜 그렇게 웃는 모습부터 예쁘냐고...
정말 그런 아가씨라면 평생 왕비로 모시고 살고 싶다고..."
그런 고백을 수도 없이 했다고 한다.
그 오빤 부끄러움이 많아서...
기껏 날보며 수줍게 한다는 소리가...
"너같은 아가씨라면...두말 안하고 결혼할텐데..."
하는 것이었다.
아마 그오빠 나름대로는 프로포즈였던 모양이다.
그러면 속으론 싫지는 안했지만...
(어떤 아가씨가 상대방이 좋다는게 싫어하겠는가~!!!)
결혼은 생각도 안했다.
아니 결혼을 그 오빠하고는 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면~???
난 눈이 높았으니까~!!!~~*^^*
전문대 나와 편입한것도 마음에 안들고...
또 핸섬하지도 않고...
남자답지 못하게 자신감도 없는것 같고...
그 오빠의 여동생과 난 친하니까...
그냥 거의 날마다 그 오빠 집에를 갔고,친구 엄마,아빠도
날 무척 이뻐하고...
친구 엄마,아빠는 아예 날 며느리감으로 여기시는지...
어쩌다 울 엄마가 그집에 잠깐 들을일이 있어서 가시면...
두분이서 버선발로 뛰어가 반갑게 맞이 하시며
상다리가 뿌러지게 음식을 장만해서는 식사라도 하시고 가라고 하셨다.
"어쩜 저렇게 이삔 딸을 둬었느냐고...
누가 며느리 삼을지 모르지만 며느리 삼은 사람은 큰 복이라고"...
은근히 날 며느리 삼았으면 하는 말씀을 언뜻 비추곤 하셨다.
어느날 엄마는 내게 그쪽 집에서 정식으로
중매가 들어왔다며...
어떠냐고 나의 의향을 물어 보시곤 하셨다.
난 싫다고...친구 오빠로는 좋지만...
결혼 상대로는 싫다고 했더니...
엄마는 장래가 보장되는 직업에다...부모 형제는 내놓을 만한것은
없지만...그래도 당사자가 똑똑하니 큰아덜이라도 괜찮다고
한번 사귀어 보라고...은근히 마음에 들어하셨다.
그 당시에는 공무원을 최고의 사위감으로 점찍었던 시절이었다.
물론 의사,검,판사가 더 좋은 사위감이지만...
그 정도는 열쇠 3개가 필요한데...
우린 6남매 가르치느라고 힘들때였다.
(그 당시는 괜찮게 산다 해도 가르치기가 다들 힘들었음)
엄마는 아마 좋은 자리의 공무원이고 장학생이라는 것이 마음에 더 드셨던 모양이다.
하늘 높은줄 몰랐던 콧대가...
여기서도 당연 발휘를 해서리...
내가 너무 아까워서(스스로) 그 오빠의 청혼을 받아들일수 없었다.
그 이후 얼마 안돼 그 오빠는 서울서 학교와 직장을 오가는 바쁜 생활을 했고...또한 친구를 서울로 불러들였다.
가끔 서울로 놀러 올때마다 친구를 만나면...
그때까지 그 오빠가 날 못잊어 한다고...
다른 아가씨를 만나도...자꾸 나하고 비교를 하는통에
선보는 쪽쪽 퇴짜를 논다고 하였다.
그 오빠는 여전히 날 반기고...
여동생 친구로서 날 이뻐해 주었다.
난 쬐끔 미안했지만 친구 오빠로 부담없이 같이 어울리고...(퇴짜 논뒤로...웬지 미안...)놀러 다녔다.
몇년의 세월이 흐른뒤...난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했고...
(남편의 작전에 휘말려서...ㅎㅎ)
가끔가다 친구의 잘살고 있느냐는 안부 전화와 함께...
그 오빠가 결혼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
친구 말에 의하면 나와 많이 닮은 여자와 결혼했다고 한다.
(날 못잊어서 아마 날 닮은 여자를 골랐을까?
이건 순전히 내 생각...ㅎㅎ)
같은 서울아래 살면서...난 그오빠를 잊었다.
그런데...며칠전 친구의 전화를 받고는...
속이 쓰리고 아깝고...내 자신에 대해서 화가 나고...
아 글쎄...
그 오빠가 고위 공무원으로 명퇴를 해서리...
강남에서 사무실을 차렸는데...
직원들 봉급 다 주고도 한달에 (?)만원을 집으로 가져 간다는 것이었다.
친구도 오빠 사무실에 근무하는데...
한번 놀러 오라고...점심식사 근사하게 산다고...
오빠도 무척 반가워 할거라고...
지금 고려대 대학원을 나와서는 박사코스 밟고 있다고...
내가 부러워서 니 올케는 좋겠다 했더니...
친구왈
"것봐라~~~~니가 별볼일 없다고 차버린 남자가
이렇게 잘됐지 않냐?
차 떠난뒤에 손 흔들어봐야 아무 소용 없는 거란다"
호호호 웃음 소리를 남기며 끊어버린 친구의 음성이
아직도 귓가에 울린다.
에~그~아까바 미치겠네..ㅎㅎ
내가 왜 그랬을꼬???
그때는 왜 그렇게 내 눈에 차지 않았을까?
조금만 눈높이를 낮춰었다면...하는 생각에
며칠동안 불면증에 걸려서 잠도 못자겠네.^^
남편이 괜시리 꼴보기 싫고...
에...그...저 남자만 아니었으면...
내는 정말..."싸모님"소릴 들어가면서...
아니지 남편이 무신 잘못이냐...
내가 바부지...빙신이지...
어쩜 사람보는 눈이 그렇게 없어서리...
후회하고 속이 쓰려도 어쩌겠냐?
괜히 며칠째 죄없는 (산ㅎㅎ)만 홀짝 홀짝...
내가 권태기가 왔냐?
왜 이럴까?
알다가도 모를일이네...
친구 만나러 갈까?
말까?(가면 그 오빠를 보게 될까봐...)
오늘도 난 마음에 결정을 못하고서...
철없이 사람볼줄 몰랐던 선택에 아까워 하면서...
내가 차버린 그 남자가 아까워 애 태우고 있다네.*^^*
꽁트방 님들~!!!
앞뒤 안맞는 글 읽으시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오늘도 幸福하소서.
(설서 밍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