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친하게 지내는 부부동반 모임.
그 친구들과는 연애 때부터
신혼시절, 집들이, 백일, 돌.
그렇게 거의 15년 훨씬 넘게
마치 역사의 현장 인물처럼
남편 친구들이 마치 내 친구들 같고
마누라들끼리도 따로 모임 할 정도로 아주
돈독한 정을 가진 그런
역사 깊은 7팀의 부부 모임이 있다.
어느 해 12월 망년회.
우린 모처럼 부부 동반모임으로
단란주점이라는 곳을 가게 되었다.
그렇게 7팀의 부부들이 현란한 조명 빛
찬란한 그곳으로 들어가 술과 안주를 시키고는
남자들 여자들 주거니 받거니..
분위기에 취해 술에 취해..
드디어 취기가 오른 남자들..
마이크 부여잡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악을 바락바락 쓰느라 찌그러진 두 눈
감지도 못하고 노래가사 보느라 애꾸눈으로
핏대 팍팍 올리고 노래 부르는 남자..
가사 다 안다는 듯 두 눈 지긋히 감고
한껏 분위기에 취해 노래를 부르는 남자..
그렇게 서서히 다양한 노래와 춤들이 시작되고
그러던 중 여자들도 나가서 한 곡조씩 내리 뽑고..
그렇게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그날은 연말 망년회라 그랬는지.
주점에서 가수라는 화장 끼 진한 한 여자가
우리 무대로 오더만 인사를 아주
이~쁘게 하더니 노래한곡을 선사한단다.
그러며 그녀가 인사말을 하는데..
"안뇽하세용~~ 못 생겨도 맛은 조아~~누구누구입니당~~"
ㅋㅋ참내..유치하게스리..
구려..못 생긴 건 맞는 거 같은디..
근디 거..무신 맛이 좋다는 거지?
거참..호기심 많은 이 아즈메
무슨 맛이냐구 손들고 물어 볼 수도 없구 참나..쩝..
하여간 언제 때 유행하던
촌스러운 멘트를 아직까지 쓰는지 원...
내심 팔짱끼며 옆으로
가재 눈 치켜 올린 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며 인사를 곧 마치고 음악이 나오자
그녀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흐미..장난 아니게 노래를 잘 부른다.
구려.. 그.. 맛이 바로 그.. 맛이더냐..난 또...*^^*..
그러며 이내 그녀의 멋진 노래 한곡이 끝나자..
"오예~~앵~~코올~~ 휙~휙~"
(이러고 싶었지만 박수만 쳤다.^^)
난 마치 술집 여자들은 주부들의 최대의 적인 양
소리 없이 그녀를 노려보다가 그만 못생긴 얼굴과
기가 막힌 노래의 조화로 경계를 확 풀고
그녀의 노래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는 분위기 한껏 띄어주고
술 한 잔 받아 마시고는 다른 무대로 가고
다시 그 분위기 이어 받아 띵가띵가~~
그러던 중 순간.. 분위기가 스르르..
서서히 부르스 무드로 바뀌어 지는 게 아닌가..
갑자기 옆에 앉은 울 남푠..
같이 부르스 한곡 추자며 내 손을 잡아끈다.
"에이..부르스 추는 사람 아무도 없는데.. 시러.."
"괜찮아 이리와 봐~~"
그런 우리부부를 옆에서 바라보던 친구들이
우릴 마구 밀어내자 난 마지못해 무대로 나가서는
남들 다 보는 앞에서 남푠과 둘이 부르스를 추게 되었다.
(흐미..어찌나 쑥스럽던지원..)
그렇게 추다보면 다른 부부들도 나올 줄 알았더만
아무도 나오지를 않자 난 음악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만 들어가자며 남편의 손을 놓았다.
그런데 자리에 막 들어가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불쑥 남푠 친구 한명이 나오더니
글씨 내하고 부르스 한번 추자는 것 아닌가..@@
(자기 마눌하고 추지....)
내가 그 친구 아내 보고 나오라는 손짓을 하자
자긴 춤을 못 춘다며 내보고 추라며 웃지 않는가..
(누군 잘 춰서 추느냐구우~)
그 친구 입장도 입장인지라
몇 번의 거절 끝에 할 수없이 부르스를 추게 되었다.
흐미~뒤늦게 왠 남자 복이....
(영양가 없이로..에이~쩝..- -;;)
구래 뭐..
같이 어울리는 자리에서 출수도 있지 뭐.
이렇게 스스로 위안하며
애써 어색함 감추고 춤을 추고 있는데
남편 친구가 내게 넌지시 말을 건네는 게 아닌가..
"수련이 엄마..왕년에 많이 춰 본 솜씬데~~대전 어디서 놀았던 감~~"
또 장난이다.
남푠 친구들의 짖궂은 농담에 익숙한 난..
"음..나야 뭐..늘 물~ 좋은데서 놀았지..그때 혹.. 나.. 못 봤남??ㅎㅎ"
(그려 나 그 유명한 대전 칠공주파 나팔바지다....쩝.ㅋㅋ)
난 말이여... 노는 물이 달러...
어떤 물이냐구? 그런 것도 좀 묻지 마.
너무 많은걸 알면 다치거든..큿~^^.
ㅎㅎㅎ
점점 이렇게..
한해 한해 나이를 먹으면서..
오랫동안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난 그날 남편의 친구들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고..
참으로...참으로..
남자들의 우정이 새삼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