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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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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자원 봉사자


BY cosmos03 2001-12-03

초인종 소리에 밖을 내다보니 우체부 아저씨가 서 게십니다.
도장을 갖고 오라네요.
서둘러 도장을 갖다드리니 아저씨가 말씀하십니다.
" 요즘, 잘 지내시지요? 몸 건강하셔야 합니다. "
" 아...예. "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 하고 있는 내게 아저씨는 말씀 하십니다.
" 좋은일 많이 하시는 아주머님은 복 받으실겁니다. "
" 무슨 말씀을요... 저 좋은일 하는거 없는데요. "
" 저 아주머니가 무슨일 하시는지 다 압니다. "
" 제가요. 일은 무슨요. "
" 그 할머님 이사가셨던데...그동안 많이 힘드셧지요? "
아! 그렇구나. 아마도 그 할머님 얘긴가보구나.
" 이사...가셨어요? "
말끝을 흐리는 나는 죄 스러움에 고개조차 들지를 못 합니다.

몇년전부터 자원봉사라는것을 아주 가끔씩을 햇더랬읍니다.
유성구청에 등록을 하고는 독거노인과 음성 꽃동네...
간간히 돌아보았읍니다.
음성 꽃동네야 월 얼마씩으로 보내기로 하고는 거의 잊고 삽니다만.
독거노인은 그렇지를 못 했읍니다.
밑반찬을 해다드리며 세탁과 청소를 가끔씩 도와 드렸읍니다.

맨 처음 구청에서 연락을 받고는 그 할머님께 갔을때는
무얼 해야할지...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모르는거 투성이고 낯 또한 설었읍니다.
조심스럽게 할머님께 조금씩 닥아갔읍니다.
" 할머니 건강은 어떠세요? "
부터 차근차근 나는 할머니의 신상에 대해 알아갔읍니다.
남편과는 일찍이 사별을 하시고는 딸만을 여섯이나 두신 분이셨읍니다.
그 딸네들 여섯중에는 대전에도 네분이나 있었읍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하나 어머니인 할머님과는 생활을 하지 못한채
그렇게 할머님 혼자서 독거노인이 되었읍니다.
동사무소에서 보조해주는 생활비로 근근히 살아가고 계셨는데.
연세는 이미 80 을 넘어있었읍니다.

가끔씩은 딸네들이 들여다 봐 준다고 하였읍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살림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읍니다.
1 주일이면 두~ 세번씩을 나는 할머니께 가 보았읍니다.
계란빵도 사 갔고... 밑반찬에 아주 가끔씩은 사골도 고아다 드리면
그리도 달고 맛잇게 잡수십니다.
그렇게 자시는 할머니가 고맙고 보기또한 좋아서
내 딸 아이도 함께 데리고 가고.
나중엔 남편까지 함께 갔읍니다.
아들이 하나도 없던 할머니는 나나 아이보다는 내 남편을 더 반기고 좋아했읍니다.
우리 세식구와 할머니는 조금씩 조금씩...그렇게 가족처럼 가까워져 갔읍니다.
어느날 입니다.
그날도 할머니께 가니 한 겨울 방안은 냉 고래 였읍니다.
깜짝놀라 물어보니 보일러가 고장이 났나봅니다.
서둘러 남편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여 자초지정을 말하니
남편은 집에 들러 전기장판을 갖고와서는 할머니께 깔아드립니다.
그러며 말 합니다.
" 할머니! 오늘은 저희집에가서 주무세요. 제가 내일 날 밝으면 보일러 고쳐드릴께요 "
할머니는 완강하게 도리질을 합니다.
" 나도 자식들이 여럿 있는데 내가 왜 그집에가서 자? "

고집쎄신 할머니를 어쩌지 못하고 우린 무거운 마음으로 할머님댁을 나옵니다.
이튿날...
남편은 일도 나가지 못한채 보일러 수리용품을 챙겨서는 할머님댁으로 향합니다.
아이는 학교에를 갔고 나와 남편..우린 서두릅니다.
할머니께 가본 우리는 다시한번을 놀랬읍니다.
전기세가 아깝다고 그냥 냉 방에서 그 밤을 세우신것입니다.
부랴부랴 보일러를 고친다고 서둘렀지만...
큰돈을 들이지 않고 남편의 솜씨로만 고치려니 마음먹은대로는 되질 않습니다.
할수없이 차를돌려 큰 집으로 부속을 사러 갑니다.
아주버님이 보일러 일을 하셔서 부속이나 연장은 쉽게 구할수가 있거든요.
외삼동에서 문창동까지... 남편은 다녀옵니다.
그 시간에 나는 세탁과 청소를 합니다.
할머니와, 갖고간 떡으로 떡국을 끓여서는 점심을 먹었구요.

돌아온 남편은 그 추위에도 싫은내색 한번 하지 않은채 열심히 보일러 수리를 합니다.
몇 시간인가를 매달려서는 드디어 완성을 해 놓습니다.
남편의 볼과 손은 꽁꽁 얼어있읍니다.
작은 액수이지만 수리에 들어간 비용은 물론 우리가 충당을 했구요.
형제간이라도 공, 과 사 는 엄연히 분간을 해야하니까요.
가벼운 마음으로 우린 할머니 집을 나왔읍니다.
전기장판은 혹시 모르니 그냥 갖고계시라고 하고요.

그런데...
다음에 우리가 갔을때...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를 못했읍니다.
우리가 보일러 수리를 해 주고는 기십만원을 받아갔다는 실로 어처구니 없는
소문들이 은근히 나돌고 있었읍니다.
어수룩한 할머니 살살 꼬드껴서는 보조금을 빼앗는다는 소문도 함께요.
많이 속 상했읍니다.
너무도 사람들의 편견에 실망스러웠읍니다.
순수한 우리의 마음을...알아달라고 시작한 일은 아닌데도 야속했읍니다.
할머니의 태도도 웬지 모르게 달라보였읍니다.
그냥...아무렇지 않은척 하고는 그날은 돌아왔읍니다.

며칠후 크리스마스가 닥아오기에 할머니께 드릴 선물을 사서는
다시금 할머니께 갔읍니다.
팬티와 양말... 할머니 손에 들려드리고는 신정때는 못 올것 같아 내 딸아이에게
미리 세배를 시켰읍니다.
세배를 받으신 할머니는 이웃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오시자
내가 가지고간 선물을 그 아주머니께 주는것입니다.
당신은 많다 하시며...
왜 그리도 섭섭하던지요.
그날 역시도 내색하지 못한채 집으로 돌아왔읍니다만.
서운한 마음은 쉽게 풀리지 않았읍니다.
도저히 할머니의 그런 태도를 이해할수가 없었읍니다.

그리고는 신정까지도 훌쩍 지나가버린 어느날...
요번에는 나 혼자 할머니를 방문 했읍니다.
반겨 맞아주시는데 이웃집 아주머니도 함께 계셧읍니다.
그 아주머니가 내게 말합니다.
할머니의 딸들이 내가 할머니 돈을 빼앗아 갔다한다며
진실을 묻습니다.
웃음만이 나오대요.
그냥 허탈해서요.
그런 말이 나오게된 원인도 이유도 묻지 않았읍니다.
알고 싶지도 않았읍니다.
그냥 내 할일만을 하고는 할머니께 작별 인사를 드렸읍니다.
건강하시라구요.

내려오는길도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은 피해가지 않았읍니다.
터덜터덜 걸어서는 버스를 타고 집에오는데 허망했읍니다.
다시는 그 할머니께 가지 않으리.
혼자만의 다짐을 하고는 정말 그 다음부터는 단 한번도 할머니 집에를
가지 않았읍니다.
나중에 알은 사실인데.
이것저것 도움을 주니 고마움과 미안함에 할머니께서 당신의 자식들에게
말했다 합니다. 사례라도 하라고요. 그래야 된다고요.
그갰던 것이 잘못 와전 되어서는 좋지않은 소문으로 까지 번진 것이지요.
그냥, 계속 갔어야 하는데...
가 뵈었어야 하는데...
재 개발로 철거가 되어 이사를 하셧다 합니다.
우체부 아저씨는 그런 내막은 모르시나 봅니다.
지금껏 내가 그 할머니께 다닌줄을 알고는 그리 말하나 봅니다.
양심의 가책으로 많이 힘이 듭니다.
할머니께 안간 그 후로는 구청에도 얼마의 돈을 보냅니다.
장기기증에도 약간...
물론 돈으로 때워서는 안된다는거 알지만...
그냥 손 딱 놓고 외면 하는거 보다는 조금은 마음의 위로가 되는듯 싶어
그렇게 작은 액수를 내고 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우체부 아저씨의 복 받아야된다는 그 말에...
너무너무 죄스럽습니다.
너무너무 부끄럽습니다.
이렇게 중간에 끝낼거면 차라리 시작이나 하지 말지.
후회와 자책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할머니 이후로도 몇분의 할머님이 계셧었는데...
끝내 해 내지 못하고는 중간에서 포기를 하였읍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행하는 내 모든일..
타인들의 색 안경에 많이도 힘이 들었읍니다.
지금도 음으로 양으로 좋은일 하시는 모든분께 나는 그냥 죄송할 뿐입니다.
허울뿐인 자원봉사라는 이름.
그것은 내 오만 이었읍니다.
지금도 가끔씩은 아이가 묻습니다.
할머니의 안부를...
그럴때마다 숙여지는 내 고개는 누가 세워 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