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값이 너무 싸서 문제라고 방송에선 난리였다.
하지만 소비자가 막상 사려면 그렇게 싼값이 아닌것도 문제였다.
유난히 가문 올해 친정 어머님이 자식들 주시려고 농사지은 배추는 그 가뭄속에 크느라 속이 차질 않았다.
퍼런 배추를 얼마나 많이 주셨는지 올해는 김장을 하다 사망 신고서를 내야하는건 아닌지 하는 생각을 다 하게 만들었다.
김장만 담가 놓으면 겨울 채비 왠만큼은 해놓는것이었던 옛날에 비해 요즈음은 돈만 있으면 제 입맛에 맞는 김치를 모두 사먹을수 있는 세상인데...
그뿐인가
한겨울에도 싱싱한 무와 배추를 손쉽게 구할수 있는 세상이다 보니 김장이란것이 조금은 소홀해진 세대인데 그런 시대에 살고 있는 내가 김장을 그것도 80KG짜리 쌀자루로 거의 7자루나 되는 배추를 혼자 절이고 씻어서 속 집어넣는 큰일을 해냈다.
세월이란 그 누구에게도 평등하여서 아직 청춘일거라고 자만하던 날 비웃으며 몸뚱아리위에 그 세월의 무게를 짓눌러 버렸다.
배추김치,알타리,깍두기,순무김치까지 마치고 났더니 도저히 팔하나도 욺직일수없는 그로기 상태
물론 몇날 며칠에 걸친 대 작업이었지만 그래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나 하나 이렇게 힘들면 내 주위의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올 겨울도 편하게 지내게 되는 것이다.
우선 어제 남동생네가 와서 김장 담궈놓은것을 가져갔고 다음엔 친구네와 친구 동생네가 김치통을 들고 우리집을 방문할 차례이다.
퍼주는 즐거움
어릴때 친정 어머님은 참으로 사람들에게 베푸는것을 즐기시던 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지금도 여전하시긴하고 말이다.
철없던 나이엔 그렇게 바리바리 싸서 남 퍼주는 모습이 정말 싫었는데
어느덧 나이를 먹어 친정 엄마가 하던일을 그대로 하고 있는 날 보게 되면서 가끔 피식 웃음을 흘리게 되는것이다.
부창부수라고 남편마져도 남에게 버푸는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집에 남아나는것이 없다
아직도 땅에 묻은 항아리마다 그득그득한 김치를 보며 김치 냉장고속에도 가득한 김치들을 보면서
난 오늘도 누구에게 전화를 걸어 김장 하지말고 우리집와서 김치 가져가 하는 전화를 할까하는 즐거운 고민에 빠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