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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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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의 낙엽 쌓인 거리를 걸었네..


BY 뭉치 2001-11-02




40여 분을 쉬지 않고 오르니 헉헉 숨이 차다.
솔 향기가 솔솔 풍겨 오는 이곳에 잠시 머물러 본다.
어느새 몸은 땀으로 푹 젖어 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다.
이 맛에 산엘 오르지 않던가..!

몇 주간을 별러왔던 산행길이다.
낙엽이 다 지기전에 가을의 정취를 느껴 보고 싶었다.
꼭 낙엽만이 가을의 정취를 다 말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껏 살아 오면서 이 같은 계절에 가슴 깊이 느낄 수 있는
멋진 가을 산행을 해 본 기억이 없었기에
이번에는 가까운 곳에라도 가서 꼭 해 보리라 다짐 했었다.
이런 다짐이 꼭 필요 할 만큼 생활이 빡빡한 것도 아니건만
요즘 제대로 하는 일도 없이 쬐금 바쁜 듯 살다보니... 쩝~~!!

지혜로운 사람은 강을 좋아 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 한다는
중국 고전이 생각 난다.
물 보다는 산을 더 좋아 하는 난 그렇다면
어진 사람에 가깝다는 얘기가 되는건가..! - 이건 정말 어거지당!-

등산로 초입길에서 부터 마음속으로 감탄을 연발했다.
사방이 노오랗고 부~욹게 물들은 나뭇잎들,,,
봄날 꽃들이 한창 만개 했을때와는 또 다른 느낌의 멋진 풍경이다.
자연의 섭리에 의해 화려한 빛깔로 한껏 단장한 가을날의 자연!
이런 풍경들은 그 무슨 말로 형용해야 정확한 표현이 될까?

오길 잘했다!

멀리에서 보고 싶다며 내려 온다던 친구의 제의도,
점심때에 맛있는 옹심이 칼국수 먹으로 가지 않겠냐는
공방 샘의 전화 제안도 가볍게 거절하고 나선 길이다.

카메라, 도시락, 과일 두개, 물 한 병, 책 한 권,
노트 한 권, 지갑, 화장품 주머니...
이 정도의 소지품이 들어 있건만 베낭은 제법 무게가 느껴진다.
그 무게로 가슴 한 가운데를 죄는 듯한 압박감에 힘겨워
오르던 길을 멈춰서서 땀을 닦아내며 또 휴식을 취해 본다.
여길 저길 봐도 혼자 오르는 건 나 뿐이다.
모두들 삼삼오오 떼를 지어 화기애애한 표정을 지으며 오르고 또 내려온다.
정상 쯤에서는 야호~! 하는 소리가 자꾸 들린다.

스카이 라인에 올랐다.
야외에 꾸며놓은 음식점의 탁자엔 빈곳이 없을만큼
이미 많은 사람들로 꽉 차 있다.
나만 혼자 왔군!
그러나 지금은 혼자인 것도 더 없이 좋다.

계절이 좋긴 좋은가 보다.
다른때와는 다르게 많은 이들이 와 있는 걸 보면..
빈대떡에 동동주에,,주거니 받거니,, 흥겨워 보인다.

시장기가 느껴진다.
스카이 라인을 조금 벗어나면 정자가 여러채 꾸며져 있다.
이미 점심때가 지나선지 자리는 거의 비어 있다.
자리 한 곳에 앉아 준비해 간 도시락을 먹는다.
난 괜찮은데 남들이 보면 혼자 먹는다고 쓸쓸해 보일려나..?
올라 올때 흘렸던 땀은 불어 오는 산바람에 금새 가시고
이젠 한기가 느껴진다.
옆에 앉아 점심을 먹는 아줌마들도 춥다 소리를 연신해 댄다.
산중이라 더 추운가 보다.

점심만 먹고 내려갈까..?
더 올라가 볼까..?
갈등이 생긴다.
지난번에도 정상인 동봉까지 오르려다 포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험준한데다가 초행길이고 혼자이다 보니 삼분의 일 까지 용감하게
올랐다가 도로 내려왔다.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어차피 오늘은 가을을 느껴보기 위해 왔으니
남은 시간도 넉넉찮고,,
그냥 여기서 내려가기로 하자.

천천히 하산을 한다.
내려 오면서는 여유를 부리며
카메라 렌즈를 맞춰가며 가을 풍경을 담아 본다.
전문 사진 작가라도 되는양 착각을 해 가며
진지한 포즈로 자연을 담는다.
나중에 얼마나 잘 나올려는지...

버스 정류장에 와서는 곧바로 차를 타지 않고
2 킬로미터는 됨 직한 거리를 다음 정류장까지 일부러 걸었다.
보도에 낙엽이 너무 많이 깔려 있으므로..
낙하 한지 좀 되는지 낙엽들이 다 말라 있다.
일부러 청소도 하지 않은 듯 보도 위엔 낙엽이 수북하다.
부스럭 부스럭,, 바스락 바스락... 밟을땐 푹신한 느낌까지..
이럴땐 눈도 즐겁지만 귀마저도 즐겁다.

중간 중간 아주 많이 쌓여 있는 곳에선 그냥 지나치질 못했다.
카메라 렌즈를 보도블럭 위에 최대한 가까이 한 위치에서
낙엽이 쌓인 거리를 한 컷 한 컷 찍어댔다.
아,,이럴땐 정말 제대로 된 사진 기법을 배우고 싶어진다.
사실 이런 생각은 종종 갖고 있었는데 기회가 쉽질 않다.

20 여분을 기꺼운 맘으로 즐기며 정류장에 다다랐다.
내려 와서 보니 '낙엽이 있는 거리'라고 아예 명명이 되어 명패까지 있다.
음,역시.....!!!

잠시후 기다리던 좌석 버스가 왔고
전 정류소에서 이미 거의 만석이 되어 왔지만
다행이 내 한 몸 앉을 자리는 있넹..

조금은 피곤하지만 기분 좋은 하루다.




뭉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