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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54) *돈으로 살수 없는 행복*


BY 쟈스민 2001-11-01

점심때 친구를 만났다.

그녀와 난 정갈하게 꾸며진 실내화단이 바라다 보이는
넓은 창가 자리에 앉았다.

식사는
바삭바삭안 안심까스와 따끈한 가다랑이 국물맛이 일품인
일본식 우동을 곁들인 정식을 먹기로 한다.

예쁜 꽃모양의 작은 종지에 담겨진 가늘게 채선 도라지무침의
새콤 달콤한 맛이 도톰한 안심까스와 참 잘 어우러졌다.

매콤 달콤한 소스와 사각거리는 야채샐러드의 맛도 인상적이다.

값은 좀 비싸지마는
이상하게도 그 집에 간 날에는
뭔가 대접을 잘 받고 돌아서는 느낌이 좋아서
그 친구와 내가 몇번 가본 곳이다.

내 친구는
얼마전 TV에서 보았던 백억을 번 여인의 이야기를 하였다.
실존하는 인물이라고 했다.

그녀의 삶 속에는
어떻게 돈을 벌었는가에 대한 과정과
어떻게 하면 돈을 모을수 있는가에 대한 노하우와
어떻게 하면 돈을 쓰지 않을 수 있는가에 대한 방법까지
모두 들어 있었다.

직접 보지는 못하였지만
참으로 치열하다는 느낌을 받을 만치
냉정한 이성의 소유자인 듯 했다.

그녀는
자신을 위하여 따뜻한 밥 한그릇 사먹는 돈 조차 아꼈으며,
언제나 주머니속에 수저와 젓가락을 갖고 다니며
추가밥 한 그릇으로 허기를 메워야 했다고 한다.

사람이 살면서 먹는 즐거움은
참으로 큰 즐거움중의 하나라고
생각하였는데...

그녀가 그토록 돈을 치열하게 벌으며 세상을 헤쳐나가야만 했던
그 사연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그렇게 까지 살아야 하였나
나로선 이해하기가 좀 힘들었다.

그런데 왜일까?

백억을 번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난 전혀 부럽다거나 배가 아프지를 않으니
아마도 나의 숫자개념이 미처 거기까지 미치지 못할 만큼
상상이 안되는 액수이라서일까?

정확하게 말하면
한번도 그렇게 많은돈에 대하여 욕심을
내어 보지 않은 탓인 것 같다.

돈이 없으면 물론 생활에 조금 불편하기는 하겠지만
돈은 사람노릇 하고 살만큼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가지려고 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고들 하는데
나는 아직 그 경지에까지 가지 못하여
이런 마음이 드는 걸까?

나 오늘
이렇게 햇살 좋은 가을날에 ...
나를 가장 잘 아는 친구와 마주앉아
우리둘을 위하여 약간은 무리가 된다 하여도
먹고 싶은 음식을 맛볼수 있고 ...

그 몇푼에 머뭇거리지 않을 수 있다면
그래도 행복한 것 아닐까?

살림하는 아낙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비싼 음식점에 갔을 때
이돈이면 식구들 몇일치 반찬값이라는 계산이
재빠르게 머리속을 스친적이 있었을 것이다.

나도 물론 그럴 때가 있었다.

하지만 자신들을 위하여 꼭 그리하고 싶을 때
자신의 마음대로 살아보지 못한다면
먼 훗날 후회할수도 있을 것 같다.

친구를 만났을 때
내가 먼저 밥한그릇을 사 줄수 있을만큼만
나는 돈을 벌며 살고 싶다.

내 친구가 아파할 때
내가 돈을 써서 친구가 나을수 있다면
기꺼이 그리할 만큼만
모아두며 살고 싶다.

100억을 번 그녀는
젊은 날의 치열한 삶에 대한 댓가로
노후에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살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번 가면 두번 다시 오지 않는 젊은 날에
아름다워지고도 싶고, 가끔씩 사치스러워지고도 싶었을 텐데
오로지 모으는 일에만 열중하고 산 그녀의 인내심에 감탄하면서도
뭔지 모를 서글픔과, 안타까움이 인다.

나는
살아있는 동안에 얼마를 벌어야 겠다고
나의 소유 범위를 생각해 본적이 없는 듯 하다.

어찌보면 무척이나 욕심이 없는 사람처럼 보일수도 있겠지만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이
우리의 마음속에 ...
우리의 아주 가까운 곳에 있을거라는 믿음으로
많은 돈을 갖고 있지 않은 오늘도 그저 편안할 수가 있는 것이다.

내 친구와 내가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
내 친구의 마음속에 자신도 그렇게 큰 부자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일고 있진 않았으면 한다.

그리 큰 부자가 아니라도
마음만은 늘 넉넉할 자유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 ...

쌓아두지 않고 나누어 가지면서도
부자가 되는 길을
누구든 갈 수 있으리란 생각이다.

맛있는 한끼 식사를 전부 비워내면서
배부르고 ... 등따뜻한 ...
소박한 행복이 나의 가까이에 머물고 있음에
감사한다.

그리하여
돈을 주지 않고 얻은 행복의 무게로
나는
행복한 오후 나절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