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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게 쓰는 편지(6)


BY 물봉선화 2001-01-28

눈이 내리는 날...바다에 서면 그저 인간이라는 것이 그렇게 초라할 수가 없습니다.
작고 초라해서 뭄둘곳을 모르고 서성대기가 일쑤입니다.
그래도 바다에 있을때는 늘 눈이 오길 기다립니다.
눈이 내리면 그래도 바람이 잦아지니까요.

백사장에 눈이 쌓인 모습을 자주 볼수는 없습니다.
금새 녹아버려서 흔적도 없어지니까요...
어느날...아침...
백사장에 소복이 쌓인 눈을 보는 마음은 신비함입니다.
그리고 살아있음을 시위라도 하듯 일렁이는 잔물결을 보는 마음은 상쾌하기까지 합니다.

그렇게 겨울의 바다는 자꾸 제 빛깔을 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나는 어떤 색깔일까 요즘 생각합니다.
혹여 아무 색깔이 없는 그저 무덤덤한 모습은 아닌지...

그리하여 어느 순간 저 눈처럼 스러지고 마는 보잘것 없은 존재는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