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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소심한 나......


BY 러브체인 2001-11-01

나? 나이 서른에 아직 아이는 없는 전업주부.....
내년 3월이면 나도 이제 결혼한지 4년에 접어드는 아지매다....

결혼전엔 정말 돈 무서운줄 모르고 카드니 뭐니 왕창 왕창 쓰고 살았는데 결혼하고 전업주부로 돌변하고 보니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이라 한푼 한푼 정말 소중하게 쓰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 했다.

그래도 술 담배 안하고 잡기에 전혀 관심 없는 남편 만나 행복하고 맘 편하게 사니 가진건 별로 없어도 참 행복하구나 생각하니 그만...

단 가끔씩 난 내가 닮고 싶지 않았던 친정엄마를 닮아 가고 있다는걸 느끼는 거다....
소심한 나.....

쇼핑을 좋아 하는 남편과 팔장을 끼고 나가도 난 내 옷은 전혀 신경 안쓰고 그저 우리 남편 토끼 같이 이쁜 남편 사줄 옷만 찾느라고 정신 없다. 백화점 식품부에 가서도 남편이 좋아 하는 음식들만 카트에 담고 있는 나를 되돌이켜 보면 씁쓸해진다.

남편이 출장가거나 야근이면 난 밥도 안해먹거나 그야말로 김치 한가지에 대충 끼니를 떼우고 만다.
남편을 위해서는 한끼도 겹치지 않는 반찬과 국을 차리려고 애를 쓴 내가 정작 나를 위해서는 국한번 따끈하게 뎁히지 않는거다.

그래....하지만 그런것도 다 좋다고 해도.
막상 나에게 무슨 돈을 써야 하는 순간이 오면 난 소심의 극치를 달린다.
얼마전에도 내가 가는 한곳에서 미싱을 공동구매 한다기에 결혼전부터 너무 갖고 싶었던 터라 기회는 이때라고 생각 했다.
그리고 남편을 몇날 몇일 졸라서 허락을 받은것 까지 좋았는데
막상 남편 입에서 그렇게 사고 싶으면 사라는 말을 듣고 나서부터

진짜 나의 고민은 시작된거다.
미싱을 사면 돈이 얼만데.....또 미싱은 공으로 돌리나? 천값도 들어야 할터인데.... 이빨 썩어서 이빨도 해야 하는데 미싱 사면 다달이 할부금 들어 가면 그것도 부담일텐데....
아무튼 머리카락을 두주먹도 넘게 뜯어 가며 고민을 했다.
마감날까지도 정하지 못해서 나중에라도 사게 해달라고 주선자에게 부탁을 하고 그러고도 정하지 못해서 여기저기 지인들에게 결정좀 해보라고 하고...막상 그들이 사지 말라 하면 섭섭하고 사라하면 또 고민이고...남편은 한번만 더 자기한테 물음 폭발할거 같다고 할 정도로 덩달아 지쳐 버렸다.

소심한 나...... 나두 분명히 돈은 벌지 못해도 집에서 알뜰살뜰 집안 살림 잘 하고 살아주는데....나를 위한 돈 몇푼이 이렇게 아깝게 생각 되어 지다니.....

친구들도 도통 이런 나를 이해 할수가 없다고 하고....
소심한 나에게 나도 지쳤다.
결국 오늘 에서야 사야지....하고 결심을 굳히긴 했는데
과연 나도 끼워 줄런지 그건 모르겠다.

앞으론 나도 이런 소심함 떨쳐 버리고 정말 나를 위해서도 무언가 투자 할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소심한 나........싫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