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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화장시켜줘


BY cosmos03 2001-11-01

테레비죤을 시청하던중.
느닷없이 남편이 나를보고 말합니다.
" 나, 화장시켜줘. "
그때 시청하던 프로는 장기기증에 대한 내용 이었읍니다.
순간, 가슴이 마구 뜨거워 지면서 목이 메어옵니다.
잠시동안은 아무런 대꾸도 할수가 없었읍니다.
우리가 벌써, 저런 대화를 아무렇지도 않게 나눌수 있는 나이가 되었나?
말없이 남편만을 바라보았읍니다.
남편은 이어서 말을 계속 합니다.

" 매장해 놓으면...누가 벌초를 하며, 술잔은 누가 부어놓니? "
" 이화가...있잔아. "
" 왜 딸자식한테 짐을 지우니? "
" 그게 왜 짐이야? "
" 짐이지. 벌초안해서 풀만 무성하면...자식 욕 먹이고. "

남편은 한번도 그런말을 한적이 없읍니다.
자기의 사후에 대해서...
나야 이미 장기기증에 시신까지 주어버렸으니.
별로 신경 쓸일이야 없지만도.
누가 먼저가고, 누가 나중에 남을지...
그건 아무도 모릅니다.
우린, 서로 먼저 가라고 합니다.
먼저 가는 사람이 복 이있는것이니. 복 받으라고요.
그럼...정리하고 곧 뒤따라 가겠다고요.
하지만 매장이다. 화장이다 그런말을 남편은 한적이 없었읍니다.

가슴이...싸~아 합니다. 언젠가는 가야될 길이고. 누구나에게 닥쳐올 일인데...
남편을 먼저 보낼 자신도.
내가 먼저 떠날 자신도.
내겐 아무것도 없읍니다.
그냥...두렵기만 합니다.
" 나는...모르겠어. 당신 사후는 생가해보지 않아서... "
말을 하는데 목이 메어 옵니다.
자꾸만, 혼자 남겨둘 아이가 걸립니다.
남들은 둘씩, 셋씩 잘도 낳는데.
난 그것조차도 내 마음대로 안됩니다

" 우리...그런말 하지말자 "
" 아니야. 사람일은 모르니까, 그냥 생각날때마다 미리 이야기해 놓을께 "
" 그래도 듣기싫어. "
" 들어둬. 나 죽으면 당황하지 말고, 화장 시켜서는..."
" 그만해. 안 들을래. "
무시하고 남편은 제 할말만을 합니다.
" 산이던..바다던, 강가에던. 아무곳에나 뿌려줘.
그리고...제사도 지내지마. 당신 힘들어 . "
" 그럼 절 같은데 올릴까? "
" 그렇게도 하지마. "
" 당신 오늘 왜 그래? "
어느새 나는 펑펑 울고 있읍니다.
" 나, 아무것도 못해. 그러니 당신이 남아.
나 보내고 따라와. 나 무서워. "
내 하도 울어제끼니, 남편은 더 이상 아무말 못 합니다.
그냥 우두커니 바라만 볼뿐.

하지만 나 압니다.
남편이 조목조목 메모해 둔다는 사실을요.
많은 형제들 속에서 혹시라도 부대낄까 싶은 그 마음이
편치 않다는것을요.
그래서 조금씩 정리를 해 두겠다는 것이겠지요.
그만큼 남편은 준비성과 꼼꼼함에 혀가다 내둘릴 지경입니다.
누구에게나 닥칠 일이지만...
난 싫습니다.
벌써부터 남편과 그런 대화를 해야 한다는 그 사실조차두요.
그래도...
기억 한 귀퉁이에는 담아두렵니다.
그것이 남편을 위하는 일일테니까요.
또한 그래야만 되니까요.
우리는 매일을 유언을 하며 사는거 같습니다.
이젠, 이런 대화조차도 담담해 져야겠읍니다.
그럴려면 내가 그만큼 더 어른이 되어야 할텐데...
오늘 하루는 매우 서글픈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