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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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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소묘3 (그리운 고향길)


BY 풀씨 2000-07-27



햇볕이 빚바랜 옥양목처럼 하얗게 내리 쬐고

단발머리 속은 땀이 영글어 끓기전의 냄비속

마냥 뜨거웠던 여름 한낮

볼품없이 키만 큰 버드나무의 헐렁한 이파리 사이

어디쯤 쓰르라미가 쉴틈없이 오소소 한낮의 정적을

깨우는곳. 마이크로버스가 겨우 비켜 지나갈수 있는

비 포장도로는 우마차가 지나가도 뿌연 흙먼지가

풀썩 일곤했다.

맹색 시가 된지 내가 한글을 깨치기도 훨씬 전이건만

시내에서 반경 1키로미터 내에 있었던 우리 마을로

진입하는 유일한 큰 길 풍경이고 난 육년을 그 길로

등,하교를 했었다.

반지르르한 아스팔트길이 아닌 자갈이 깔린 길이

차가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돌들이 밀려나 차 바퀴가

패인 자국 양 옆으로 정돈되듯 돌 무더기를 이루고

차가 다니는 한 가운데쯤은 오히려 다니기 편할정도의

고른 잔 돌멩이와 흙이 있어 어쩌다 지나가는 트럭과

승객이 차야 다니는 마이크로버스와 하루 두,세번

부산행 완행,급행,버스가 있을뿐인 그 길을

가장자리 보다 한 가운데로 다니는걸 우리도 그랬고

닷새마다 서는 장날 장짐을 이고,진,사람들도 좋아했다

크고 넓은 길은 아니었지만 우린 그 길을 한길,혹은

큰길,이라 불렀다

학교에서 시청까지는 포장된 도로였고 시청서 부터

자갈길이었는데 학교에서 우리마을까지 중간 지점에

열가구가 채 안되는 "숲뫼"라 부르는 마을이 있었다

산이라기 보다 동산에 가까운 잡목과 풀로 이루어진

야산이 뒤에 잇어 그렇게 불려졌나 보다

마을이라 하기엔 소탈했지만 도로에 접한 집은 구멍가게

였고 뿌옇게 먼지낀 창틀 안쪽에 나무로 짠 진열대가

있었고 사탕이나 그 당시 우리가 좋아했던 뽀빠이,

라면땅 등 ?p 종류의 과자와 그리고 막걸리를 파는

집이 있었다. 언제나 물건 위에 뿌연 먼지가 내려

앉아 있었고 바깥창은 흙탕물 튀긴 자국과 먼지로

손님이랬자 열가구가 안되는 그곳 동네 사람뿐이라는걸

그냥 느끼게 해 주었다

그 곳에서 우리집까지 잰 걸음으로는 10분도 안될

직선거리인데도 땡볕 아래서는 멀고도 긴 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한낮 그 길은 바람과 햇볕이 자국없이 지나갈뿐

정적에 푹 싸여 흡사 텅빈 들녘에 홀로 있는듯

호젓하기 조차 했다

그 길을 오가며 그 길에 머물다 지나가는 수없이 많은

계절을 보았고 때론 우렁차게 때론 낮은 음률의

바람소리도 들었고,이름없이 피고 지는 많은 들풀과

들꽃도 알았으며, 한낮 소나기도 만났고, 솜뭉치가

떨어지듯 낙화하는 함박눈도 만났다

그 곳에서 보낸 시간보다 이방인이 되어 보낸 시간이

많음에도 지금은 옛모습 간곳 없지만 내 기억속

그 길은 뿌연 흙먼지, 자갈길, 다듬어지지 않은

포플러나무, 쓰르라미소리, 그모습 그대로 남아있음은

다치고 싶지 않은 내 소녀시절의 소중스런 추억과

맛물려 있음은 아닌지

모든것이 변하므로 그 길도 옛모습이 아니고

늘씬하게 쭉 뻗은 아스팔트 길로 바뀌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 그 길은 옛모습 그대로

각인 되었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