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적정 노인 기준 연령 높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79

"당신 중학생 돼라! 내가 안아줄께..."


BY 느티나무 2001-10-08

어제 아침, 일요일이니 아내는 늦게까지 일어나지
않는다. 평소에야 나도 출근이 빠르고 애들 등교
해야 하니 항상 핸드폰 벨을 5:30에 맞추어 놓고
자니 정확히 그 시간이면 일어나게 되어 있다.

일요일에는 적어도 10:00시까지는 자야 한다는 게
우리 마눌의 지론이다. 평소에 자기 빼놓고는 다
집을 나서야 하니 일찍 일어난다고 해도 일요일은
모두 집에 있으니 주부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나.
주장이 이러하니 무슨 수로 말리며 누구라서 깨운단
말인가. 지엄한 우리 마눌마마님을...

우리 아내에 비하면 나는 새벽잠이 없다. 초저녁에
조금 눈을 부치고 일어나서 당근 컴을 뒤지고 이
새벽, 부지런한 우리 아줌마님들 중 누가 기쁜
소식을 올렸나하고 내가 출입하는 방을 들어간다.
구미가 땡기는 새로운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 눈이
번쩍, 귀가 쫑끗, 코가 벌름, 입가에 미소, 안면이
실룩, 손끝이 덜덜해서 잽싸게 열어본다.

읽어보고 그 내용이 즐거우면 박수짝짝, 슬프면
가슴쓸쓸, 썰렁하면 스팀팍팍...그래도 이제 매일
들어오니 하루라도 안들어 오면 궁금하다. 누가
재미있는 글을 올렸는데 나만 모르고 있나 하고.

일요일인 어제도 아침에 일어나 컴을 조금 하고,
또 신문을 뒤적이니 할 일이 없다. 그나마 아침밥을
얻어 먹으려면 자는 마님을 깨우면 안된다. 아공!
내 8자야.

새벽에 일찍 일어나도 평소에는 출근을 해야하니
아침식사도 일찍 하니 배는 출출하지 않은데 이
웬수같은(?) 일요일은 10시가 넘어야 한 술 얻어
먹으니 죽을 맛이다. 나는 배고픈 것은 못참는다.
그러나 어쩌랴, 참아야지. 두 주먹 불끈 쥐고서...

컴을 하고, 신문을 보고 나니 좀 피로가 몰려온다.
그래서 다시 아내가 자는 자리에 들어간다. 부시럭
대면서 이불 속으로 들어가니 자는 줄 알았던 아내의
칼날 같은 심문이 날아든다.

아내: 당신, 그 여자들 만나고 왔지?

남편: 양심을 걸고 나는 그런 일 없어! 컴에 무슨 여자들이 있어?

아내: 왜 없어? 그 아줌마 방인가에 맨 여자만 있던디?

남편: 어, 나는 아줌마들은 여자로 안봐. 친구로 보지. 여자친구로.
그리고 난 글만 올리지 다른 짓은 안해.

아내: 그럼, 여자친구들은 ㅈ 달렸어?(무슨 표현이 이리 과격!)

남편: 모르지. 그거는 함 자봐야 아는 사실 아녀?(ㅎㅎㅎ)

아내: 당신 중학생이나 돼라. 내가 말 안들으면 때려주고 내 품에
꼬~옥 품고 자게!

남편: 왜, 갑자기 중학생이 되라고 해? 기왕이면 고등학생이 되라고
하지?

아내: 응, 우리 아들이 고등학생이 되니 이제는 마음대로 못하겠어서.

남편: 야, 나는 중학생으로 돌아가지 못하니 인간복제를 해서 나하고
똑같이 닮은 미남 중학생으로 만들어 달라고 해.(ㅋㅋㅋ)

세상에 살다보니 별 기분좋은 말도 다 들어본다. 나보고
중학생이 되라니... 그럼 다시 젊어지니 좋기는 하다만
자기는 아줌마로 남아서 나를 때리고 꼼짝도 못하게 품에
안고 살려고... 이거 연상도 보통 연상이 아니네. 말하자면
할머니 하고 살란 말야? 그러면 살아도 못살지.(ㅎㅎㅎ)

나를 따라다니는 아내의 감시의 눈초리를 항상 느끼면서
억울하다는 생각을 한다. 왜 그리 남자는 아내의 품안에서
놀아야 하는지. 다른 여자의 품은 품도 아니란 말인가.(ㅋㅋㅋ)
주(酒)여! 나를 이 아내의 감시로부터 해방되게 하소서.

아공! 내가 왜 이런 처지까지 왔지. 아내의 불신과 감시가
떠나질 않고 있으니... 이것도 다 관심과 사랑의 표시인가?

전국에 아컴님들 오늘도 좋은 하루가 되시길 빕니다.
늘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