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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노인 기준 연령 높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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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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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말 잘못 살았나봐.


BY sara 2001-10-08

추석 전 날,
학교 기숙사에 있던 울아들도 올라오고
모처럼 사람사는 집 같다 느꼈는데
울남편도 그런 맘이었겠지?
괜시리 당연한 걸 아들한테 묻는 거라.
"추석날,너도 시골갈래?"하고.
좀 고지식한 끼가 있는 내가
"어라? 안가도 되나?"하고 있는데
완전히 고지식한 끼가 있는 울아들이야 얼마나 헷갈렸겠느냐고.
내가 보니,어안이 벙벙해서
아빠가 정말로 하는소린가,떠 보는 건가,
긴가민가 하고 있더라구.
차마 가기싫다 소린 못하지만 표정으론 그 내색 숨기지 못하고서.
그 때부터 울남편 훈계가 시작된 거라.
1년에 두번,설과 추석에 가는 걸 그렇게 어쩌고.....하면서.
아니 왜 당연한 걸 물어서 헷갈리게 하고는 야단치고 난리랴.
덫을 놓고 걸려들길 기다린거야,뭐야?
야비하게스리.

사실은 그게 아니고
아들내미 오랜만에 보고는 괜시리 기분좋아서,
그리고 의사도 존중해 준답시고 그냥 해 본 말이라는 거,
그 거 내가 더 잘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헷갈리긴 헷갈리던데,뭐.

왜냐하면 3년전,
서해대교가 아직도 공사 중인 그 해 추석에
울시댁 당진에 갔다오다가 우리 아주 혼이 난 적이 있었거든.
길 막힐까봐 점심도 안먹고 떠났는데
거기가 어딘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아산만도 못미쳐서부터 차가 꽉 막혀설랑
전혀,네버...꼼짝도 안 하는거라.
길가엔 컵라면이랑 빵이랑 파는사람들이 즐비하고
사람들이 모두 차에서 내려
아예 두다리 뻗고 편한자세 취한 걸 본 순간에
우리,모든 걸 깨닫고 차를 돌렸어야했는데
설마 설마하다가 1시간이 가고,2시간이 가고...
나중엔 기다린게 아까워서 어디 차 돌릴 수 있겠더라구?
그렇게 미련을 떠는 동안에 시간은 화살처럼 날아서
밤이 오고..새벽이 오고...
오랜만에 집에 왔다가 쉬지도 못하고
차 뒷좌석에 큰 키를 오무리고 자는 울아들 보는 가슴이
어찌나 쓰리고 어찌나 에리던지..(뭐,그 정도로..쓰다보니 웃기네)
밤을 길에서 홀딱 새우고
다음날 새벽7시반에야 집에 들어왔는데
뉴스를 들어보니
세상에나....대한민국에서 거기가 젤루 막혔었다잖아.

그 기억이 하도 끔찍해서
재작년과 작년엔 설에도 추석에도 시골엔 가지 않았는데
(시부모님이 안계셔서이기도 했지만)
올핸 서해대교가 개통됐으니까
설마 그렇게까지 막히기야 하랴만서도
또 어느 누가 그 걸 장담할 수 있단 말이야?
그래서 지가 아들내민 두고 가려는 줄 알았지,뭐.

암튼 지가 물어놓구선
애가 틀려먹었네 어쩌네,교육을 잘못시켰네 어쩌네,
엄마가 저러니 애가 어쩌네 하며 끝도 없는 거라.
나야,저 번에도 말했지만
신사임당 끼도 좀 있는지라
울아들 일류대에 턱 들어갔을 때
사람들이 모두 누굴 닮아서 애가 그렇게 공불 잘했느냐고,
아들은 엄마머릴 닮는다던데하고 말하면
아니라고,지 아빠 닮았다고 그렇게 지를 높여줬는데
이건 어떻게 된게 정말로 지는 지가 잘난 줄 아는 거라.
그러게 못된 건 다 날 닮았다지?

울아들,이게 또 지아빠 닮아서(에고,나도 그러네)
주관이 너무 센 거라.
지맘에 틀린 게 있으면 엄마고 아빠고 없이 따지고 드는데....
두 눈 똑바로 뜨고서 지 아빠를 보며
물어 본 건 의사를 존중해 주겠다는 거 아니었냐,
아빠의 지금의 태도는
가자는데 안가겠다고 했을 때의 태도지
갈래?하고 물은 것에 대한 답에 대한 태도는 아니다,
이러구 대드는 거라.
참,모처럼 만나갖고...
거기다가 다음날은 추석이었잖아.
또 거기다가...
내가 이 말만은 안하려고 했는데
10월1일,바로 내 생일이었다고.
정말 이 남자들,내 남편과 내 아들 맞아?

고집 센 울남편과 울아들
서로 잘못했다는 생각 전혀 없이
서로 삐쳐갖고 각 자 씩씩거리며 있으니
가엾은,그리고 죄없는 내가
이 방에 가서는 아들 편 들어줘서 남편한테 욕먹고
저 방에 가서는 아빠 편 들어줘서 아들한테 구박받고...
아이고,내 팔자야.

그 다음날,
추석이자 나으 생일인데
축하한단 말은 커녕
이 남자들 웃는얼굴도 한 번 못보고
입 댓발씩 내밀고 당진을 향해 출발!
(그것도 울아들은 빠지고)

그 날 하루 왼 종일
내 생일인데 내가 지 비위 맞추고 맘 풀어주느라
얼마나 맘에 없이 샐샐 웃어댔는지
이러는 내가 정말 싫더라니까.

또 길이 막힐까봐
이번에도 일찌감치 시댁을 떠났는데
어라?하나도 안막히는 거라.
이러면 안되는데? 꽉 막혀야 할 말이 있지.
그래야 울아들 시골 안내려간 거
오히려 다행이었다고..그렇게 울남편 맘도 풀릴텐데...
이건 뭐 신호등이 있길하나
달리지 않을래도 달리지 않을 재간이 있어야 말이지.
집에 도착하니 아직도 햇빛 쨍쨍한 오후 4시인 거라.

울아들보는 울남편 눈길 곱지않고
그런 아빠 바라보는 울아들 눈길도 순하지 않고.
저녁밥상을 마주하고도 서로 눈길 한 번 마주치지 않고....

그렇게 추석연휴는 끝이 나고
부자간에 화해도 없이
울아들은 다시 기숙사로 가고.
그래,둘 다 잘났다,잘났어.

내가 이 사건 삭히느라
몇 날 몇 일을 곱씹고 되씹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뭐 아무래도 좋은쪽으론 생각되지 않지만)
그러다가
결론은
"세월이 약이다."하고 맘 편히 먹기로 했는데
맘 정리한 후 맑은 정신으로 다시 생각 해보니
아니...이것들이(미안)...
내 생일 떼어먹느라고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아니란 거 물론 알지만....내 **번째 생일 어디가서 찾아?

무슨일이 생겼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으론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내 경우엔 좋은게 좋다고
이 사람에게도 다독다독..
저 사람에게도 다독다독...
그러다 보니까 내 주위 사람들은
친구들까지도 말짱 지가 잘나서 내가 그러는 줄로 알고있으니..

나....정말로 잘못 살았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