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이기심 가르치는 젊은 엄마
백화점 문화센터 강좌를 듣기 위해 매주 백화점 셔틀버스를 탄다. 평소에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세일기간이 되자 많은 사람들이 타는 바람에 자리에 앉기가 쉽지 않다. 짧은 시간 버스를 타면서 ‘참 기본이 안됐구나’하는 생각이 들게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대표적으로 복잡한 버스 안에서 대여섯살 된 아이를 옆자리에 앉히고 그대로 가는 젊은 엄마들이다. 버스에 사람들이 많으면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다른 사람에게 자리양보를 할 법도 한데 전혀 그럴 기미가 없다. 얼마 전에도 그런 젊은 엄마를 2명이나 보고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주위 어른들도 가만 계시는데 나이어린 내가 나서는 게 주제넘는 것 같아 가만히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젊은 엄마들이 아이에게 오로지 자신 밖에 모르는 이기심을 가르쳐주는 것 같아 답답하다. 왜 그렇게들 남에 대한 배려를 모르는 걸까. 그럴 때마다 엄마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고, 그런 모습은 되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한다.
(윤정주 26·한양대 교육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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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을 신문에서 읽었을 때, 20년도 더 된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가 떠올랐다. 내가 비록 그 사건의 현장에 있었지만 기억할 수조차 없는 어린날의 이야기이다.
당시 직장 생활을 하던 엄마는 주말인 사건 당일, 할머니댁에 가기 위해 혼자서 어린 나를 데리고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엄마는 그날따라 부쩍 몸이 좋질 않았다. 그래서 엄마는 이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나를 위해 어른 표의 반값을 치르고 따로 좌석표를 샀다. 그런데 그 날따라 주말이어서 그런지 기차안은 다소 붐볐다고 한다.
그런데 기차가 출발한 지 얼마되지 않아 입석표를 사신 한 아주머니께서 엄마와 나에게로 다가오셔서
"이런 어린애가 좌석 하나를 차지한다는 건 말도 안돼, 말도 안돼, 말도 안돼..."
하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엄마에게 나를 떠맡기고는 자신이 그 자리에 덥석 앉으셨다.
멀미가 심하고 몸이 약하던 엄마는 어린 아이긴 하지만 거구였고 심하게 버둥대던 나를 안고 마산에서 서울까지 가느라 거의 초죽음이 되었다고 했다.
물론 똑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수년전 엄마가 우스개로 꺼낸 그 옛날의 이 이야기를 듣고 나는 적지않게 흥분을 했었던터라 이런 의견을 신문에서 보자 그 옛날의 그 아주머니를 만난 듯 갑자기 흥분이 되었다.
버스와 지하철 같은 대중 교통수단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미덕은 우리 나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광경인데, 그로 인한 사람들의 갈등은 이루말할 수 없이 크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타시면 그 분들의 나이가 얼마나 될까? 하는 짐작에서 출발하여 자리를 양보하느냐 그냥 가느냐로 갈등이 이어지며 그것은 차를 타고가는 내내 지속되기 때문에 그런 갈등의 중심에 놓이게 되면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을만큼 괴로와진다.
그리고 그냥 양보하면 되지 뭐.. 하겠지만 어르신들의 나이 추측과 이런 저런 망설임끝에 일단 양보의 타이밍을 놓치면 다늦게 양보할 수도 없어 그냥 모른척하게 되며 그러자면 주위의 눈총을 견디자니 죽을맛이고 또 일어나자니 용기가 없어 그것은 엄청난 멀미와 그에 수반된 두통을 유발하며 내릴 때가 되어서는 거의 초죽음에 이른다.
멀미가 지독히 심하던 나는 대학교 때, 학교에서 집까지 한시간여가 걸리는 버스안에서 짐을 많이 들고 타신 한 아주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하고나자 차가 막혀 두시간이 넘게 걸리자 그 엄청난 멀미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도중 하차하여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한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하여 칠순이 넘는 할아버지가 내가 보기에는 오십보 백보인 쉰이 넘어 보이는 아주머니들에게 지팡이를 휘둘러가며 고래 고래 고함을 지르시던 이해할수 없는 장면의 목격에 화가 났던 기억들...
게다가 장애인이라 혼자 걷지 못하는 아이인줄 모르고 자리 양보를 강요하는 눈빛을 한 할머니가 아이에게 계속 주자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있던 그 아이의 엄마가 달려와
"할머니, 저기에 앉으셔요."
하고 조용히 말씀 드렸던 기억들....
이런 기억들을 회상하면...
과연 우리네의 이 자리 양보 문화의 존속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물밀듯이 밀려오고, 이런 갈등을 겪고 지켜보느니 아예 이런 미덕(?)도 없고, 갈등도 없는 서구의 한 나라로 이민을 확 가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 어울려 살아가는 우리들의 인생사에서 염두해 두어야 할점이 있다.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는 점을 우리가 고려해야 한다는 것과 타인에 대한 배려는 선택이지 필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배려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지나친 희생을 강요한다면 그것은 옳지않다고 본다.
타인을 싸잡아 매도하기전에 자신을 돌아보는 지혜, 그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이 시대를 사는 많은 엄마들을 싸잡아 매도하고 자신은 그런 이기적인 엄마가 아니라 훌륭한 엄마가 될 것이라 다부진 각오를 밝힌 교육학을 공부한다는 26세의 한 젊은 학생이 부디 그 결심을 실천으로 이어 모범적이고 반듯한 아이들을 양산해 내시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리고 싶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