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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하나님께 한 나의 고백(우리남편이 쓴 글 ) (1)


BY 우렁이아줌마 2001-02-09

* 등단 자격은 아직 안되고.해서
우리남편이 쓴 글을 올립니다.
83년초 결혼을하며 제게 준 글입니다.
내용이 좀 길어서 몇번에 나눠서 올리겠습니다.

하나님
오늘도 출근할 시각은 점점다가오지만.따뜻하고 훈훈한 이부자리
속에서 단호히 박차고 나올 용기가 도무지 나지 않습니다.

추상같은 안해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한가닥 동정심을 기대하며
꿀 같은 단잠을 단 오분이라도 연장하기 위하여
구걸하다시피 호소하지만
그 고향 같이 푸근한 솜이불을
마치 매가 병아리 채가듯 내게서 확 나꿔채가는
안해의 우직한(?) 팔뚝을 보는 순간,
알뜰한 나의 기대는 산산조각으로
깨어져 버립니다.

오! 나의 하나님
이 가련한 남편일 뿐인 저를 긍휼히 여기소서.

고양이 세수하듯 얼굴에 물 몇방울 찍어 바르는 시늉만하고
서둘러 옷 입다만 채로 안해가 새벽밥 지어온 상을 받아도
도무지 식욕이 나지 않으니
이일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가진 것 없이 안해 고생만 시켜온 내가 건강마저 잃게 된다면
나 하나만 믿고 사는 안해에겐 그보다 더 큰 좌절이 없으리라'
얼핏 이런 생각이 들어 어떤 의무감으로
한 숫갈 떠서 밀어 넣었지만
오. 하나님 이게 웬일 입니까?

그건 밥알이 아니라 모래알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찌 합니까?
이 나이 되도록 습관적으로 매일 먹어온 밥이기에 본능적으로
저작운동을 몇번 하다가 도무지 입이 아파 삼킬려면 혓바닥이
밀어내어 그나마 포기해 버렸습니다.

얼마나 미안하든지...
마치 안해 몰래 꼬불쳐 두었던 비상금을
들켜 버렸을 때와 같았어요.

아니나 다를까, 안해는 숫갈을 밥그릇속에 푹 쑤셔 박더니
숫갈 가득히 듬뿍 떠서 무지막지하게 내 입속으로 쑤셔 넣는
것입니다.
눈 깜짝 할 사이에 저항다운 저항 한 번 해보지 못하고
당한 겁니다.
오! 하나님, 저는 언제나 이렇게 당하기만 합니다.

그렇지만
논바닥의 허수아비처럼 두팔을 벌리고 안해 앞에 돌아 섰을때
외투를 입혀주는 그녀의 두손은 어느새 더 없이 고맙고 사랑스러운
안해의 그것이었습니다.
너무나 감격한 나머지 저는 안해의 뽀얀 뺨에 키-스를 해 주었지요.
사랑의 고백과 함께.

파리도 앉으면 낙상할만큼 광나도록 안해가 닦아 준 구두를 신고,
안해의 배웅을 뒤로하며,
아직도 어둑어둑한 길로 나오면서
사랑이 많으신 아버지께 오늘 하루를 부탁드리는 기도를 드렸댔지요.

발끝에 걸리는 돌을 걷어 차기도 하고,
새벽에 산보나온 견공에게 눈총 주기도 하며,
찬송가를 메들리로 흥얼거리면서 버스 정류장 쪽으로 걸어
갔습니다.

오늘은 제발 빈 좌석을 차지 할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막상 버스가 다가왔을땐 좌석이 문제가 아니 었습니다.
줄서는 것은 고사하고 콩나물 시루같은 만원버스에 한발이라도
올려 놓을려고 얼마나 애를 썼든지...

아버지께서 주신 팔힘이 조금만 모자랐어도 저는 버스를 타지 못해
하마트면 지각했을 겝니다.

오, 긍휼이 많으신 아버지시여.
아직도 타지못한 사람들에게 양보하지 못한 저의 이기심을
크게 꾸짖어 주십시요.

어찌어찌 타긴 했지만 아버지.
저는 참으로 고통스러웠습니다.
안해가 정성으로 닦아준 구두가 밟힌 자국으로 얼룩져 마음 상한것은 고사하고, 두발을 디딜 자리가 없어 한쪽발을 다른 한쪽 발 위에
올려놓은- 말하자면 황새가 한쪽발을 든채로 서서잠든-
그런 불안한 자세를 취할수 밖에 없었어요.
그러니 저는 흔들리는 차속에서 다른 사람에게 밀리지 않으려고
오로지 천정에 달린 손잡이만 온 힘을 다해 잡고 있었습니다.

내일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