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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뉴병보다 무서운 병.....(방송 후유증 속편)


BY 장미 2000-12-14

"안녕하세요? 여기 sbs방송국입니다. ㅇㅇㅇ씨 계신가요?"
요즘 가끔 전화를 하는 초등학교 동창녀석이었다.
"너 까불지마~ 내가 한번속지 두번속냐?"
얼마전 방송에 나간다니깐 방송국이라며 전화를 걸어 나를 속여먹더니 오랜만에 전화해서는 이런 장난으로 나를 또 웃긴다.
녀석 저번에는 진짜로 방송국인줄알고 무언가가 또 이루어지는것인줄알고 얼마나 기쁘고 놀라게 했던지.....
이 순진한 아줌마 난생처음 방송에 전화 인터뷰한번 해놓고서는 혹시나하는 기대가 내면속에 항상 잠재해 있는지 아닌줄 알면서도 이번에도 혹시나 하는 심정이었었다.

그런데 오늘 오후 낯선 목소리의 전화를 받았다.
굉장히 사무적이고 상냥한 말투의 여자 목서리였다.
한번 들은 목소리는 왠만하면 구분해내는 나였기에 분명 친구도 아니고 동네 아줌마도 아니었다.
게다가 어디라고 하면서 자기자신을 밝히고 있는것이었다.
그러나 그순간 전화기는 옆에있던 아들녀석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녀석은 요즘 전화가 오는것마다 자신이 받아야 한다며 다 채간다.
요새 백화점 몇군데 응모한 응모권 당첨전화나 인터넷에 응모한 것중에 하나가 돼어서 전화가 온것이 아닐까?
순간~ 그래서 얼른 전화를 뺏어 들었다.
"어디라구요?"
"예 여기는 ㅇㅇㅇ입니다."
녀석에게 또 빼았겼다.
"너~ 정말 이럴래?"
화가나고 다급한 맘으로 수화기를 뺏어서는 녀석의 엉덩이를 때린다고한것이 복숭아뼈에 아프게 맞았나보다....
옆에있는 아들놈 아프다고 뒤로 자빠지고 큰소리로 울어대는통에 이번에도 전화속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수가 없었다.
분명 사적인 전화는 아니었다.
소속을 밝히면서 전화를 건걸보니 분명했다.
백화점이나 인터넷 사이트중 하나인게 틀림없는거 같았다.
공적으로 나에게 전화를 걸때가 그런곳들밖에 없기에... 방송국에서 또 전화가 올리는 없고 아무래도 응모권이 당첨된것이 맞는가 보다.
하지만 북새통인 전화기는 가뜩이나 감도 멀리들리는데다 옆에있는
아들놈때문에 들리지는 않고 어찌할바를 몰라 녀석을 진정시키기 위해....
"잠시만요....~ 죄송해요...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하고 양해를 구했다.
"왜때려 나 아프자나...왜때려? 엄마나뻐~"
화가나서 울먹이는 아들놈의 아프다는 다리를 만져주며...
"알앗어 미안해...엄마가 잘못햇어....엄마 전화좀 받고 제발~
엄마가 전화끊고 이따가 사탕줄게 알았지? 그러니깐 울지말고 뚝~ 알았지? 울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안주는거 알지? 그러니깐 조금만 기다려....이거 엄마 전화이거덩?...."
힘겹게 녀석을 달래고 전화를 받았다.
흠흠흠.....
헛기침을 몇번하고
"예 말씀하세요....죄송합니다.....다시한번 말씀해 주세요.......어디라고요?"
다시 상냥하고 어여쁜 목소리의 아가씨....
"예 안녕하세요? 여기 하나로 통신인데요...."
"에 예에예? 하~하나로 통신이라구요? "
내참 기가막혀서....착각은 자유라더니만....
난 왜이리도 착각이 심하고 앞서가는것일까?
"지금 시간이 되시면 전화 리서치에 응해주실수 있으신가요?"
세상에나....이런 전화인줄도 모르고 애를잡고 이난리를 치면서 전화를 받았단말인가?
아니 댁같으면 이난리통에 이기분에 전화설문 제대로 해줄수 있겄슈?
"아니 며칠전에도 햇고요 이메일로 보내달라고까지 했는데.....또 하라구요?"
넘 어의가 없고 황당하기 그지없는탓에 퉁명스러운 말이 나와 버렸던거같다.
정말이지 내가 어떻게 된것이 아닐까?
뭐하자는 건지.....
방송국에서 믿기지 않는 전화한번 받아보구 주택은행에서 하는 응모 참석해서 당첨한번 되보구 백화점에서 경품권 추첨 몇번 작은것이라도 타보더니만 남들하는거 나라고 못할소냐? 하는 돼지도 않는 착각과 교만이 가득들어차있는거 같다.
인터넷하면서 경품이나 선물같은거 꽤 받았다는 다른 사람들의 말까지 들었던터라 경품잔치 이런거 나도 주인공 될수있는거구나 하는 어줍잖은 생각으로 온갖군데에 다 응모를 해놓지를 않나 날로날로 병이 아주 심각해지고 있었다.
밤에 자다말고 돌아다닌다는 몽뉴병 얘기를 듣고 큰아들녀석 무척이나 겁네하고 무숴워하더만 이 착각이라는 병은 몽뉴병보다도 더 불치병인거 같다.
선물에 눈이 어두어서는 하나로에서 전화인터뷰 요청한것도 혹시나 선물같은거 뭐 없을까 하는맘으로 긴 전화통화를 응했었던건데....
아마도 그거는 선물 보내준다고 주소까지 물어봤었으니깐 오긴 올테지만....
복권같은거 경품같은거에 전혀 관심없이 시간낭비라고 생각만 하고 있다가 요즘 몇군데 이메일로 들어오는것들 다 응모하고 백화점에 가전제품 코너에 몇번 써넣더니만 아주 착각도 단단한 착닥에 빠져있다.....
왜이리도 욕심과 과욕이 생기는지 이것을 누구의 책임으로 돌린단 말인가?
에구구구 어처구니가 없어라......
아주 배려버렸다.
옆에서 아들놈 이런 엄마의 허무한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엄마 전화 한번에 받게 그냥 두지....이 얄밉고 가여운 녀석....
괜히 전화기로 얻어맞기나하고....
하도 어의가 없어 전화기만 쳐다보고있는 아들놈에게조차도 계면쩍어하는 나에게
"빨랑 사탕죠....사탕준데매...."
하며 날 아직 눈물이 마르지 않은 눈으로 쳐다보고있었다.
이궁....
이럴줄 알았으면 집에 잇는거로 준다고 할걸....
아이고 창피해라....
사탕이나사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