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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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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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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가 넘 부러워 ^^;


BY 최서희 2000-06-13

저는 3녀 1남중 당연히 그 1남과 결혼한 1년차 주부입니다.
말로만 듣던 외아들에게 시집간 것이지라..... 결혼 전엔 요즘 거의가 외아들이지모... 하면서리 주위의 만류를 개무시하면서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하지만 우려하던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저희 어머님은 남편을 부를때 이름을 부르지 않고 항상 아들아 라고 하십니다. 아들은 나면서부터 아들이라 기쁨을 준 귀한존재라는 거지요. 우하하하하. 어쨌든 전 "아 그러코나 호호" 하면서 분위기를 맞추곤 하지여. 늘 이 하나밖에 없는 며느리 상처 받을까봐 간접적으로 말을 돌려가며 테스트하시는 자상한 분이시기도 합니다.
"얘 누구네는 글쎄 며느리가 아들을 그렇게 부려먹는다더라. 난 내 앞에서 내 아들한테 이거해라 저거해라 하는 꼴은 죽어도 못볼거 같다. 호호호 우리 며느리는 안그러지? 호호호"
"얘 누구네 며느리는 평소에는 그렇게 잘하면서 글쎄 여름 휴가를 친정식구랑 그것도 몰래 갔다 왔다더라. 세상에 그런 경우가 어딨니 안 그러니?"
" 아유 어머님, 세상에 그런 못된 며느리가 어딨어요? 정말 믿어지지 않네요. 전 상상도 못하겠어요. 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
이런 소리 들은 날 전 남편을 이유없이 볶아주곤 하지요.
명절날 형님들이 모두 오셔도 저는 친정에 갈수 없습니다. 왜냐구요? 제가 이 세상에서 시댁에 있는걸 젤로 좋아하는줄 알고 계시거덩요. 이럭저럭 갈라치면 아버님이 이러시죠
"니들은 시댁에서 자는게 그렇게 싫으냐? 등에 벌레라도 생기냐?" 아~흑 3일 연휴중 이틀을 잤는데, 전 부모도 없는 년인가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전 "무슨 말쌈이세요? 여보 당신이 갈라 그랬어? 형님, 형님이 우리 가라 그랬어여? 언놈이야 우리 간다 그런거..." 이 시점에서 제 정신상태는 환장하기 일보직전이었죠.
또 툭하면 아드님의 잘나가던때를 자랑하시곤 합니다. 그때가 언제냐고요? 국민학교때지여. 허허허허. 따라다니던 애들이 한둘이 아니었다나요? 우하하하하 글고 고딩때는 담임이 의대를 가라고 가라고 했는데 적성에 안 맞아서 싫다고 싫다고 해서리 결국 적성에 딱 맞고도 내생각에는 성적에도 딱맞는 별볼일없어과를 갔다고 하더군여.... 머리에 칼맞지 않고는 누가 의대 갈 성적으로 거길 가겠어라.... 우헤헤헤헤... 그래도 여기까진 뒈져라 허벅지를 꼬집으면서 참았지요. 그래서 제가 물었죠 "아이 그럼 어머니 억지로라도 그 어디붙어있는지도 모르는 그 대학 의대를 보내지 그러셨어요? 그럼 저도 이렇게 미친듯이 절약하며 살지 않아도 되고 울 아빠가 잘난사위 열쇠3개 만들 기회도 생겼을텐데" 뒷부분은 독백입니다.
그랬더니 어머님 자신의 택도 아닌 허풍이 공격당하신것이 약간 약이 오르셨나봅니다.
"얘, 우리애가 거기 갔으면 너랑 못만났을지 어떻게 아니?"
커헉. 순간 개거품이 입에 가득찹니다.
"맞아요, 어머니 전 학교다닐때 그이 나온 대학애들하고는 상대도 안했어요. 혹시 만나더라도 걔들이 절 부담스러워 하더라구요. 아하하하하하하, 그러다 재수 드럽게 없어서리 1.5류 직장에 들어가서 거길 피터지게 공부해 들어온 그이를 만나게 된거걸랑요. 즈이 결혼할때도 다들 저보고 제정신이냐고 하더라구요. 혹은 그사람 집에 돈이 엄청 많은가 부지 그러니까 모자랄거 없는 제가 가지. 그러더라구요. 지금 저 전세금 모으고 있는거 아시죠? 또 다른이는 너 정말 미치게 사랑하는구나 하더라구요. 맞아요. 사랑이 단 줄알고 결혼했으니 정말 뭐 이런 뒈지게 복터진 년이 있을 까요. 우하하하하하하 인생은 정말 도박이예요. 그쵸 엄니?"
이러고 싶었지만 그냥 부엌에 가서 그릇이 박살나는 소리를 내며 설겆이를 하는 선에서 마무리 지었죠. 피폐해진 심신을 추스고 형님 두분이 전격 출동하여 방이 부족해 아가씨와 큰형님이랑잠자리에 들려고 누웠습니다. 창밖으론 별들이 보이더군요. 아 ~나의 신세.. 그때 옆에 누운 아가씨 말쌈,

"언닌 정말 시집 잘 온줄 알아요. 오빠 유머 감각 있지. 시어머니 친엄마 같이 잘해주지. 우리가 일도 다 도와주지. 글구 이모들은 나보고 시누 노릇하지 말라고 당부까지 하셨다니까요. 난 언니가 넘 부러워. 어디 오빠같은 남자 없나?"

아..........아가씨 이모님들이 그런 소리 절대로 하지말란 말쌈은 안하셨군요. 아가씨도 꼭 유머 감각만 있는 남편만나 아들이 자신의 온 우주인 시어머니랑 일 잘 도와주지만 남의 속 모르는 소리 잘하는 시누 만나서 꼭 나처럼 이렇게 별보고 울어보셔라...아 참 그라고 꼭 효자를 고르는 거를 잊지 마시쇼이?
갈수록 피폐해져만가는 나의 정신세계. 난 우짜면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