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성인 페스티벌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6,015

그게 글이야..?


BY 비채 2014-07-10



뒤늦게(?) 글쓰기를 해보겠다고 시작은 했는데 ㅎㅎ 세상에 만만한 게 하나도 없다.

생각없이 쓸때는 술술 써지던 글이 잘 써야 된다는 부담감을 가지니 단 한줄을 쓰는 데도

무쟈~~게 머리가 복잡해진다.

 

이번 달 숙제는 마감을 넘기다 못해 글쓰기 수업 직전, 몇 시간 전에야 겨우 글을 올릴 수 있었다.

숙제를 안해오는 사람도 부지기수지만 "그래서야 뭔 글쓰기가 늘겠는가" 하는 생각에

숙제는 꼬박꼬박 안 빼먹고  한다.

글 올린 순서대로 읽고 강평을 하는데 내 글은 맨 마지막 차례였다.

앞서 읽은 사람들이 잔뜩 졸아든 목소리로 읽는 게 안쓰럽고 답답한 마음이 들어 큰 목소리를

내어 읽었다.

읽기가 끝나자마자

"아니 부회장님 글이 그게 뭐야~~"

'그 걸 글이라고 썼어 짜증나~' 라고 분명히 들은 것 같기도 한데..ㅋ

회장의 말이었다.

회장과 늘 술친구 멤버인 ㅈ씨도 '글이 뭐 그러냐'는 식으로 보태고 나왔다.

"느낌은 없이 사실만을 나열한 기록물 같아요.. 전보다 더 못썼어요"

선생님의 평이었다.

 

처음 회장이 평을 했을 때 순간 얼떨떨 했지만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참인데    어디선가 "화가 나겠지만.."이라고 하는 말이 들렸다.

그 말에 "아니,, 화나지 않았어요.." 하고 슴슴히 말을 받는데 

"화났다고 얼굴에 씌여 있는데요 뭐.."  쌩하고 선생님이 받아쳤다.

ㅎㅎㅎㅎㅎ

쌩~하는 거 선생님의 주특기다.

 

처음 인문학을 공부할 때는 선생님이 어떤 말을 하던 속에서 올라와도 반발할 줄 모르고

그냥 넘어가곤 했다.

내가 모르는 게 많아서 그러려니~~ 하면서..

물론 지금도 모르는 것 투성이이긴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반박은 할 줄 알아야 하는데, 워낙

이론으로 무장된 강단이니 그에 못미치는 내 실력을 한탄할 수 밖에..

 

"그 정도 세월이면 나도 댁만큼은 하겠다.."

하면서 속으로 이를 갈 뿐이다 ㅋ

 

 

난 진심으로 상대의 지적을 경청하고 있었는데 선생이 그런 식으로 쿡 지르고 나오니 어안이

벙벙했다.

분위기가 살벌(?)하다고 느꼈는지 곁에 있던 새로 온 신입생이

" 내 생각은 다른데요..관찰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을 했어요.."라고 했다.

그 쯤 되니 그녀가 하는 말이 날 위로삼아 하는 말로 들렸다.

 

글쓰기 초창기 때, 선생님이

"자신을 고집하지 마라.. 남의 평을 겸허하게 받아들여라.."등등.. 하신 말씀을 충실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지적에 대해선 변명없이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을 주입시키듯 선생 특유의 딱 ~자르는 말투 앞에선 인품에 대한

의구심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더구나 글에 대한 강평을 하는 자리에서 표정을 가지고 문제 삼듯이 한 대화법은 그렇다.

순간 당혹감이 들긴 했어도 화가 난 건 아니었는데~~ㅎ

선생이 종종 자기 감정에 빠지고 컨트롤 못하는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씁쓸하다.

대체 누가 공부가 모자라는 것일까...

나야 당연히 모자라는 게 분명하다는 건 안다.

근데 선생은 인문학을 이십 년을 가르쳤다면서~~ ?

신뢰감이 급속 하락하기 시작한다.

갈수록 강의 내용과 인품의 괴리감에 의문이 들어서 혹시 '내가 투사하고 있는 건 아닐까'

짚어 보기도 한다.

 

 

ㅎ씨는 그 날 분위기 장난 아니었다고 머리를 흔들었다.

자신은 완전 기에 눌려서 집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아무리 지적질을 한다지만 그렇게 노골적이냐는 말이었다.

난 사실 남의 글에 가타부타 하는 편은 아니다.

내 글 수준도 미덥지 않아 남의 글까지 평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명분은 그렇게 내세우지만 어떻게 보면 오만함일 수도 있는게 솔직한 표현일게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세히 읽어 보지 않으니 평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막상 수업 중에는 입심 쎈 공격에 '그런가 보다' 하고 덤덤히 지나갔는데 나중에 생각을 하니 

누구에게랄까.. 뚜렷하지도 않은 대상을 향해 슬슬 화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회장이나 ㅈ씨야 당연히 자신의 느낌을 얘기한 건데 거기다 화를 낼 명분도 없고,

그렇다고 선생님에게 화를 낼 수도 없으니 거기두 열외 대상이고 ~~ㅎㅎ

 

선생님이 쌩~ 한 건 평을 듣고 아파하는 척이라도 해얄텐데 끄떡없이(?)

앉았는 내가 얄미웠던 건가..? 하는 생각을 한다.

자가 검열을 해본다.

암튼 평소에도 눈에 띄게 편애를 하는 선생이긴 했다.

난, 것도 순수하고 솔직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몇 번 강의를 들어 본 울 딸은 

인품까지 결부시키려 들지 말고 강의만 들으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해도 정작 내가 깨지는 아픔 못지않게 선생에 대한 신뢰를 놓아버리는 아픔이 크게

다가온다.

선생님에 대한 내 기대가 너무 컸었나 보다.

어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