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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원의 논란에 은퇴를 선언한 배우의 일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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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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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금니


BY 그린플라워 2025-12-13

남편이 금으로 크라운 시술한 치아가 통증을 유발해서 발치했다.
발치한 폐금을 가져와서 TV 앞에 한달간 방치하길래 내가 팔아줄까 했더니
"그거 2만원이나 주겠어?" 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했더니 길거리 구둣방이나 동네 금은방에서 처분하는 것보다 금거래소에서 처분하는 게 낫다고 한다.
가까운 곳도 있지만 리뷰가 좋은 범계역 근처 금거래소가 더 나을 듯 싶었다.
오늘 가족들이 외출하고 할일이 없어서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금거래소에 갔다.
'138600원'
깜짝 놀랐다.
금값이 많이 오른 게 실감났다.
남편에게 전화 했더니 나더러 가지란다.
며칠 전 올해 김장김치를 안 담그고 양재동 하나로마트에서 즉석에서 입맛대로 만들어주는 곳에서 내돈으로 샀는데 그거에 보태라는 것이다.
어쨋든 공돈 생겼다.

나는 결혼 후 근검절약이 너무 고질병화 되어서 소비욕구가 없다.
눈 앞에 롯데백화점과 뉴코아 아울렛점을 바라보면서도 들리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동생들이 내 병을 알기에 되도록 내게는 현금으로 안주고 물건을 사서 준다.
같이 일하는 다섯살 많은 이는 돈만 생기면 무언가를 사고 돈이 없는데 고가의 사고싶은 물건이 눈에 띄면 남편에게 사달라고 한다.
부인의 소비습관을 알면서도 일곱살 많은 그 남편은 군말없이 사주곤 한다.
안 사도 될만한 물건도 소비욕구가 뻗치면 사고야 마는데 얼마 전에는 앞치마를 7만원짜리를 샀다. 
그이는 예쁜 앞치마가 수두룩한데도 그런다.
우리는 서로에게 왜 그렇게 사느냐고 한다.
남편과 나도 최근들어 사고싶은 것, 먹고싶은 것들을 소비하기 시작했다.
돈은 써야 내돈이지 빌려준 돈과 은행에서 잠자는 돈은 내돈이 아니라는데 경조사 부조나 넉넉히 하고 딱히 쓸 일이 없다.

며칠 전 본인을 위해서는 과소비도 서슴치않고 하면서 배우자나 타인에게는 매우 인색한 동네 친구가 허구헌날 내가 사던 밥을 사겠다고 연락이 왔다.
한달 전에 그 친구가 갑작스럽게 배우자상을 당해서 20만원 부조를 했더니 하소연도 할겸 연락을 해 온 것이다.
그 직전에 만났을 때 그 친구가 먹고싶다는 음식을 먹고 사만원을 내가 결제했었다.
만나자마자 뭐 먹고싶은 거 없냐고 묻는 게 아니라 순대국밥을 먹으러 가잖다. 황당했지만 다른 거 먹겠다고 했더니 그 직전에 우리가 밥먹었던 식당으로 가서 제일 싼 김치찌개를 먹었다.
이제 혼자 살아야하니 이해는 되지만 살짝 서운했다.
내 형편이 더 나아서 늘 만나면 징징대는 하소연 들어주고 밥도 사먹이곤 하다가 나도 슬슬 지쳐서 손절할 생각이었는데 졸지에 배우자상을 당한 걸 보니 외면할 수가 없었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멘탈 강하게 잘 지내는 게 보이지만 조금 더 지켜봐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