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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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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마을 선생님을 찾습니다~


BY 산골향 2003-12-01

에메랄드 빛 하늘과 가을 햇살이 참 곱습니다.
아파트 사이로 줄지어선 노오란 은행잎이 가을빛을
더해줍니다.

넓은 유리창을 열었습니다.

아~ 얼굴을 스치는 가을바람이 참 부드럽습니다.
바람결에  나뭇잎 한 장이 날아 들었습니다.
고층 아파트로 날아든 나뭇잎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살짝 손바닥에 나뭇잎을 올렸습니다.

괜히 마음이 설레입니다.
알록달록 색채를 띤 나뭇잎에서 아련한 가을 영상이 비쳐옵니다. 

산골마을의 가을은 어느 예술인도 표현할 수 없을 고운 물감으로 그려진 풍경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단발머리 산골 계집아이의 그 가을은 여느 가을보다 더 없이

아름다운 가을이었습니다. 
자그마한 산골학교에 핸섬한 총각선생님이 오셨기 때문입니다.

멀리 삽시도란 섬에서 오신  선생님은 산골소녀의
가슴을 설레이게 했지요.

담임 선생님은 아니었지만 특활시간에 문예반을 맡으셨던 선생님께 글짓기 지도를 받으며

나는 학교 대표로 어린이 글짓기 대회에 나가 우승도 차지했고 장차 소설가의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선생님은 늘 아이들 손을 잡고 들로 산으로 다니시며 글감을 찾아주셨고,

들국화와 알록달록 묻든 이쁜단풍잎을 한아름 꺽어 들고  좋아라 하시던 모습이 참 천진난만 했지요.
그리고 삽시도에 대해 자주 얘기해 주셨지요. 

호미만 들고 나가면 소라와 조개를 망태기 가득 줍고,
아이들도 낚시대를 들고  나가 커다란 고기를 낚는다는 등 그 이야기는 꼭 동화를 듣는 것 같았답니다. 한번도 바다에 가보지 못한 산골 아이들은 그저 신기해서 삽시도를 동경하며 
 
정말 가보고 싶어했지요.

그런 우리들에게 선생님은 삽시도 초등학교 학생들과 편지 친구를 맺어주었습니다.
이리하여 산골마을 온암초등학교와  바다 가운데
삽시도초등학교 학생간에 편지를 주고받게 되었지요.

나와 편지를 나눈 학생은 2학년 박정희 학생였고
당시 박정희 대통령 존함과 같은 섬소녀는 바다내음을 듬뿍 담은 김 미역을 보내주었고,

산골소녀는 산골향기 가득 담긴 밤, 감을 보냈지요.

언니 동생하며 글을 주고 받아선지 서로 만난 적도 없고

사진을 보내지도 않았지만 산골소녀는 나름대로 섬 소녀의 이미지를 그려보곤 했어요.

양갈래로 따내린 머리에 가뭇한 피부, 반짝이는 눈망울 귀여운 얼굴로.

선생님은 2년을 산골학교에 계시다가 다시 어느 섬 학교로 전근 가셨지요.

조항덕 선생님.
제 어린 날의 동화 속에서 아직도 제 가슴을 울렁이게 만드는 선생님.

선생님께 글짓기를 배우며 멋진 작가의 꿈을 키웠던 열두 살 그 산골소녀는 세월의 강을 넘어 지금 初老에 서 있습니다.

선생님 어데 계세요?

아직도 어느 섬에서 아이들과 손잡고 바다에서 조개를 줍고 계실까요.

그 아름답던 가을,  산골햑교의 추억을 함께 나눈 선생님 정말 뵙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