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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일생.(1편)-갈등-


BY 박 라일락 2003-07-20

 

-- 갈등 --

 

 

그 해 봄날.
나 자신에 대한 서러움에 끝내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입은 옷 위에 바바리 코드하나를 걸치고 무작정 길을 나섰다.
누구에게 쫒기는 것도 아니건만
허둥지둥 정신없이 길 나섬에 휴대폰조차 잊었으니.

길 떠나는 이 순간만은
헝클어진 마음을 비우고 백지가 되고 싶은 심정에서..

가는 곳의 방향을 잡지 못한체 무작정 떠난 길.
나의 愛車는 김유신의 애마를 닮았는가?
어느새 경산 백합공원으로..
살면서 삶이 버거울 때 발걸음 머물게 하는
그 사람이 묻혀 있는 곳으로 가고 있었으니..

계절은 봄이라고 하지만
언제나 일터의 새벽 바람은 너무 차가워서
일 하는 여인의 마음을 안스럽게 하였고..
뭇 사람들과 부디치는 힘겨운 시간의 싸움이었다.
그 날 따라 한꺼번에 입항한 대게 어선의 입찰이 늦은 관계로
해가 중천에 도달했건만 허기진 배속에는 민생고 해결책을 갈구하여
이 여인을 짜증나게 하는 그런 날이었다 할까...

새벽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엔 언제나
그 날 가게에 사용 할 장거리를 보는 일 또한
허덕이는 나의 삶에 주어진 또하나의 일이 아닌가 싶다.
오랫동안 주방장이 비어있는 그 공간은 나의 자리가 되었고
피로는 산더미처럼 쌓여서 누가 옆구리라도 조금 건드린다면
금방 무슨 사고라도 치고 싶었던 그 어느 날.
하나 밖에 없는 아들 현이하고 아주 심한 말다툼이 있었다.
어미의 가게 경영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아들놈의 입장에선 의견충돌이고
어미의 잣대로는 아들놈의 반기흔드는 꼴이었다.

이유인 즉 .
주방장의 남편이 담석수술로 인한 서울 큰 병원에 입원을 했기에
마누라인 주방장이 간병하기 위해서 장기간 자리 비움에
부족한 인력을 채우지 않는 주인에 대한 불만을
은근 슬쩍 함께 일하는이들이 토하였나 본데..
엄마가 왜 모르는 척 하는가 하는 토론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 평일엔 그리 많은 손님도 없을 뿐..
바쁜 주말과 휴일에는 대처 인력이 보충되기에
구태여 이외 황금을 낭비할 필요성이 없다는....
한푼이라도 절약하고 싶은 어미의 마음을 어찌 그리도 모를까..

지금의 주방장.
가게 오픈하면서 데리고 있었던(6년) 내 가족과 다름이 없는데..
한 달 정도 그 자리를 비운다고 비정하게 한 달치의 월급을
삭제 할 용의가 주인의 입장으로 도저히 없었고.
치료비에 쓰라고 이미 선불로 서울로 다 송금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제껏 한 솥 밥을 먹고 있는
같은 입장의 사람들이 더 이해를 하지 못하고
아들 놈에게 인력 보충..운운하면서 충동질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들에게 알아듣도록 누누이 설명하고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하였거늘..
그건 분명 종업원들에게 배반 당한 기분이었다.
언젠가 모두들 자기들의 입장 아닌가!
그렇다고 하루 종일 지칠 정도로 일하지 않음인데..
무심한 사람들..
때리는 신랑보다 말리는 시어머니가 밉다고 하던가.
왠지 종업원 보다 어미의 뒤통수를 치면서 이해 못하는
자식 놈이 더 괘심하다.


경산에 도착하니 입춘을 지난 봄이라서 해가 길어졌다고 하지만
이미 산 중턱을 힘들게 넘고 있었다.
그 사람 묻혀 있는 이 곳에는 바로 밑의 친 시동생과 사촌 시동생이랑
모두 젊음을 다 누리지 못하고 형과 함께 누워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는 길목 포항에서 장거리를 보았고
그 들 앞에 놓여 질 꽃은 공원묘지 입구에서 6섯 묶음을 샀다.
양 옆에 새로이 꽂아 주리라...
아마 지난 추석 때 교환한 조화는 세월 따라 벌써 퇴색했으리라.
산중턱에 차를 새워 두고 힘겹게 높은 산등성을 타고
그 사람 곁으로 다가서니..
산 속 봄바람이 솔솔 불어 입고 있는 바바리가 곱게 휘날리고..

가지고 온 과일과 오징어포 한 마리.
그리고 술잔에 가득 술을 부어 그 사람 석상 앞에 놓는데
어떤 이유인가...
양빰에 내리는 눈물은...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흘러 내리고
저 자리에 말없이 무심하게 누워 있는 님이 미워서인가?
아니면 지아비 없이 고생길 마다 않고 젊음을 희생하여 키워 준
이 여인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자식들을 원망함인가..

산 아래.
오늘도 열차는 어디에서 출발하여 어디로 가는지는 몰라도
13년이 지난 이 여인의 과거를 싣고 달리고 있는데..

1988년.
길 옆 코스모스 힘 없이 고개 숙이던 때늦은 가을에 접어들면서
그 사람 한 많은 이세상 소풍나들이 끝냈음에
이 곳에 묻고 우리 가족이 힘들게 홀로 서기를 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