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많은 나무 바람 잘날없다??
다름이 아니오라 저의 친정 어머니 얘기를 한번 들어 보시겠습니까.
저의 친정형제는 딸만 여덟이구요 그 중에 저는 엔트리 넘버 3번이랍니다.따라서 "가지많은 나무 바람잘날 없다"가 올해 일흔하나이신 어머니의 절대 이론이십니다.
그러니까 24년전 우리 아버지께서는 아들에 대한 미련을 끝내 버리지 못하시고 술과 홧병으로 돌아 가시었습니다.
그후 어머니는 남겨진 딸들을 키우시느라 공장이며 남의집일이며
안해 본것없이 열심히 고달프게 살으셨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우리 여덟딸 모두 잘 키워서 남의집 며느리로
보내셨지요. 그러다보니 딸 여덟을 여기저기 흩트려서 보내야 했건만 문제는 큰언니와 세째언니만 중부권(서울 강원도)에 살고 나머지 언니와 동생들과 어머니는 울산광역시 온양면에서 바글바글 모여서 영남권 세력을 과시하며 살고 있답니다.
물론 우리 어머닌 대장이시자 우렁각시로써 아주 바쁘게 살으십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오라 별로 크지도 않은 우리동네 시장통에
둘째언니의 미용실(최정화 헤어닥터)로 시작해서 내 바로 밑의 동생 (7)번인 영주가 안동찜닭집을 하고있고 4번언니는 건어물장사를 하고 있으며, 5번언니도 안동 찜닭에서 같이 하다가 지금은
다른 분야를 탐색중이고요,8번 막내는 근처의 현대 백화점에서 스포츠웨어판매를 하고 있습니다.그리고 바로 저와 어머니도 옆에 살고 있답니다.
이렇다 보니 우리 어머닌 이 딸이 아프고 저딸이 특별한 볼일이
있을 시에는 비상 인력으로 동원이 되시고 또한 봄 가을로 손주들
소풍을 따라다녀야 하고 그리고 동네 노인 분들 즉 어머니 팬 분들의 관리 차원에서 또는 홍보차원에서 둘째 딸네 미장원으로 모셔와서 빠마하시는 댓가로 접대도 하시고 여흥의 자리도 마련하시자니
딸들 ㅂ보다 몇배가 더 바쁘십니다..
하지만 우리 어머닌 이것을 재미와 자부심으로 신바람 나게 살아가십니다.
뿐만 아니라 둘째언니만 빼 놓고 언니 동생들의 아이들이 두살부터 열두살까지 여섯명.이 손주들을 친정 어머니의 손에서 키우셨지요. 그러다보니 당신딸 여덟명을 키우고나니 연달아서 외손주도 끊임없이 태어나니 이젠 아이들이 이쁘면서도 무섭답니다.
하지만 워낙 노련한 경험과 노하우로 아이들 에미들 보다
아동 심리학적으로 보면 박사감이십니다.따라서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하면 떼를 못쓰게 방지하는지를 꿰뚫고 계십니다.
또한 명절이나 사위나 딸들 생일이면 당신손으로 음식해서
집으로 불러들여서 먹이셔야 직성이 풀리시니 정말 못말립니다.
그럴때마다 고되신것 같아서 이젠 쉬시라고 하면 오히려펄쩍 뛰시며
"늙을수록 움직여야 한다,가만 있으면 병이 찾아온다니까.."
하시며 힘든 내색을 않으십니다.내가 볼땐 외로움이 싫어서 그러실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자식이 많다보니 아니 한 동네에 뭉쳐서 살다보니
탈도 많고 말도 많습니다.하루는 다섯째가 부부싸움을 하면
언니 동생 엄마까지 불러대서는 편들어 달라고 법석을 떨고 그러면 어머닌 오히려 사위 편을 들어주며 나무라면 다음날 어머니집에 와서 섭섭하다는둥 안살겠다는둥 질질짜지를 않나...
아니면 일곱째 사위가 또 지편 안들어 준다고 삐지질 않나..
어머닌 머리에서 쥐가 날 정도라며"옛말 하나 그른것없다,아이구
내가 와 이렇게 많이 낳았던고?! 가지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
하더만 우짜면 이래 잘 맞노..."이렇게 우리 어머니 여러 딸들
관리 하시느라 오늘도 극도로 바쁘십니다.
언젠가는 서울 언니가 전화해서"엄마 나는 뭐 딸 아이가?제발
영남권 애들만 안고 있지 말고 중부권 딸들도 한번쯤 돌아보소..."
그러니까 무릎을 치시며"참말로 맞데이.하도 많다보니 니는 있는줄도 몰랐데이, 올봄에는 꼭 한번 올리 갈꾸마..."이러고 벌써 2년쨉니다.
그래도 우리 어머닌 천적(?)같은 딸들이 옆에서 기대며 귀찮게
해드려야만 의욕이 나시는지 칠순을 넘긴연세에도 불구하고 여덣딸들의 생일을 외우시며 꼭꼭챙겨주십니다.
그렇다고 우리 딸들이 별나거나 막 돼먹지는 않았습니다.다들 착하고 효성들이 지극하고 어머니와 친구처럼 즐겁게 살아간답니다. 물론 여덣사위들도 아들 못지않게 잘 하구요.
그런데 며칠전 전화를 했더니 집에 또 안계십니다. 그래서 이번엔 엔트리 넘버 7번영주네집에 전화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의 청아한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들려옵니다.그래서"또 그집으로 출근했닝교??"하면 웃으시며 "내가 뛰어봤자 벼룩이 아이가..영주가 빙원간다케서 아 봐 주러 안왔나..."목소리에 힘이 솟습니다.
아 우리 어머니!! 오늘은 또 몇번째 딸래미 집에서 우렁각시되어
전화 받으실까--엄마요 어느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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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3/26(1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