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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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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의 친자확인 무사히 끝내다


BY 김별하 2003-07-04

별이는 참 털털한 성격이다. 여성스런 구석 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평소에 항상 하는 소리가 있다.

별이는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예정일 보다14일 먼저 나온것도 모자라 급히 뛰쳐 나오느라고 가운데 달려야할 무언가를 깜빡 잊고 빠뜨리고 나왔다고.*^^*

영락없는 남자아이 처럼 행동한다. 얼굴은 이쁘장~ 하게 생겨 가지구.(나만의 착각?)

만화그리기를 즐겨하는 그녀. 발레 보다는 검도를 훨씬 더 좋아하는 별이.

검도관에 가기위해 검도복을 입을때 마다 별이는 무척 분주하다.

"엄마 이 끈좀 묶어 주세요. 난 아직 이 끈을 못 묶겠어요" 한다.

한달이 넘도록 끈 묶는 연습을 했지만 그녀는 아직도 끈과의 전쟁을 계속 하고 있다.

"이제 12살이 되었으니까 니가 묶어봐.언제 까지 엄마가 리본을 묶어줘야 하니?"

나는 퉁명스럽게 얘기 했다. 별이는 금새 시무룩해 졌다. 뚝심좋은 그녀가 기죽어 있는 모습은 무지 안쓰러워 보였다. 나는 금방 짠~한 마음에 그녀를 부른다.

"이리와봐, 다시 잘봐? 이렇게 묶는거야"

하며 리본 묶듯이 검도복에 달린 끈을 순서대로 묶으며 그녀의 시선에 천천히 맟춰 주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엄마, 나는 왜 이렇게 손재주가 없죠? 엄마랑 하늘이는 손만 댓다 하면 뭐든지 척척 잘 만들어 내는데 나는 왜 이렇죠? 나는 정말 잘하고 싶은데 잘 안돼요. 그게 참 속상해요"

오늘따라 별이의 모습은 너무'낮은데로 임하소서' 형이다.

왠일이지? 귀신이 곡할 노릇? 아니면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 그것도 아니면......

아뭏든 기세등등하던 그녀의 성격은 어디 가고  왠 불쌍한 척?

이럴땐 내가 말려들어야 하나, 아니면 속으로 키득거리며 웃어야 하나?... 고민된다.

나는 별이의 눈빛을 한번 힐끔 훔쳐 보았다. 그녀의 태도에 적극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데 그녀는 심각하고도 진지했다.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고개를 떨구었다.

"나 혹시 어디서 주워온거 아니예요? 엄마 닮은 데라곤 하나도 없어. 솔찍하게 말해줘요. 나 정말 엄마딸 맞아요? 주워왔다고 해도 나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 할께요"

이쯤되면 나는 어떻게 해야하지? 잠시 잔머리를 한번 굴려본다.

그이름도 거룩한 사춘기에 접어들었단 말인가?

이번엔 내가 낮은데로 임할 차례인것 같다. 나는 두툼하게 살찐 그녀를 꾸욱 끌어안고 이렇게 얘기 했다.

"별아! 네가 엄마 닮은데가 왜없어? 다른 아이보다 키 쪼끔 작지? 그거 엄마 닮아서 그래. 그리고 너 학교에서 글쓰기 했다하면 모두 상 타오잖아. 그것도 엄마 닮았지? 인정해?"

그녀는 고개를 끄떡였다.

"또 음악 좋아하지? 그것두 엄마 닮아서 그래. 식깔중에 파스텔 톤 좋아하지? 그것두 엄마랑 똑같아. 그뿐이니? 옷 중에는 핑크색 이 제일 잘어울리지? 그것두......"

그녀는 점점 기분이 업되기 사작하는 눈치다. 이럴때 좀더...업!업!업!

"그리구 아빠도 많이 닮았잖아. 엄마 아니면 아빠를 닮는거야. 엄마 닮은데가 없다고 어디서 주워 왔느냐고 물으면 아빠는 얼마나 섭섭해 하시겠니? 넌 아빠 닮은데가 더 많은 편인거 너도 알면서. 귓바퀴에 바늘구멍 처럼 콕 찍힌거 아빠랑 똑같잖아. 아빠만 같나? 큰아빠 들도 모두 똑같이 귓바퀴에 있는거 너도 확인했지?"

"네"

"그러니까 이제 그런 생각 에서는 벗어나. 알았지? 그건 정말 말도 안돼 안그래?"

"맞아요. 말도 안돼요. 그런데 내가 워낙 손으로 하는걸 잘 못하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우리반 친구들이 내가 그런 고민 하니까 혹시 '너 가짜딸 아니니? 어디서 주워온거 아니야?' 하더라구요. 그런데 그럴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마음 속에 늘 궁금했고 꼭 엄마께 물어봐야 되겠다고 생각 했어요"

"이제 속이 후련하겠네? 엄마가 널 낳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지난번 잠자기 전에 다 얘기해 주었잖아. 그때 너 무척 재미있어 했잖아. 이제 안심해?"

"네. 그런데 나, 잘  못한다고 너무 구박하진 마세요?  아빠 닮아서 손재주가 없는거니까. 엄마 아니면 아빠 라면서요"

그럼 그렇지. 왠지 내가 또 속은 기분인걸? 하지만 오늘은 친자를 가리는 중대한 확인작업을 무사히 마쳤다. 기분이 다시 업! 된 별이.

그녀가 벌써 사춘기에 입문했을까? 참 엉뚱한 그녀. 그녀의 연출능력은 항상 대단하다.

리본 못 묶는다고 혼좀 내 주려다 오히려 내가 똥줄탔지뭐람?

엽기적인 그녀의 반란이 왠지 조금씩 조금씩 밀려드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으악!!! 난 무서워. 별이아빠 나좀 도와줘요요요요요요요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