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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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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식구가 또 늘다


BY 김별하 2003-07-03

"엄마, 제가 지금 잠깐 유치원에 가서 누에 가져왔어요. 한 마리는 남자고 또 한 마리는 여자 인것 같아요. 우리 유치원 에서 이번에 이거 다 키우기로 했거든요? 근데 제가 못 갔으니까 갑자기 생각이 나서 가져 왔어요. 뽕잎만 먹고 산대요. 그러니까 이 뽕잎은 냉장고에 빨리 집어 넣으세요. 그래야 안 시들고 내일도, 모래도 줄수 있으니깐."

헥헥거리며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우리집 요정 하늘이의 수선스러운 수다 소리다.

수두로 인해 자그만치 일주일 씩이나 유치원에 갈수 없었던 하늘이가 급기야 답답증을 이기지 못하고 5일째 되는날 갑자기 벌떡 일어나 바람을 쐬러 다녀온다더니 쏜살같이 다녀온 곳이 다름아닌 유치원 이었다.

수두가 시작된 날로부터 그녀와 그녀의 언니인 별이가 햄스터에 목숨을 걸기에 과감한 쌈짓돈 꺼내어 햄스터 두마리를 우리집에 가족으로 모신지 4일쯤 되었을까?

항상 커플로 들어오는 우리 가족들.  외로운건 절대로 안된다는 가족 모두의 결정으로 우리는 커플 메니저가 되어버렸당~(이제부터 난리 부르스타임이 시작 되는구낭~)

지금 열심히 자라고 있는 화분속의 메리골드 역시 두그루 나란히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지난 식목일에 유치원 에서 선물로 받아온 하늘이의 식물이다. 처음 그 메리골드가 우리집에 들어왔을 때에도 우리는 신중을 기해 돌보아 주었다. 씨앗으로 심겨져, 그야말로 '무' 에서 '유' 를 창조하는 거~창한? 생명의 작업 이었던 것이다.

"하늘아, 식물이건 동물이건 사람이건 간에 매일 음악을 들려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대화를 많이 나누면? 정말 잘 자라고 싱싱하게 윤기도 난다너?"

"엄마 정말?"

"그럼, 정말이지. 그러니까 매일매일 하늘이 가 아침 저녁으로 얘기 해줘.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해줘. 그러면 아마 죽지않고 잘 자랄거야 예쁘고 건강하게"

"네, 알겠어요"

그후로 하늘이는 매일 같이 메리골드 씨앗이 심겨진 작으마한 화분 앞에 거서 얘기하기 시작한다.

"메리골드야, 잘잤니? 이 언니도 잘 잤어. 배고프지? 언니가 물 줄께, 맛있게 먹어?"

때로는 스프레이로, 또 때로는 주방 수도물에 화분을 들이대고는 흠뻑 물을 주는 하늘이.

많이 먹고 빨랑 커? 나도 그럴께. 그리고 너 사랑해. 매일매일 사랑할 거야. 그러니까 빨리 커서 새싹이 나왔으면 좋겠어. 사랑해 사랑해 나의 예쁜 메리골드야"

그녀의 사랑은 지칠줄을 몰랐다. 창가에 햇빛을 쏘이게 해줘야 한다며 창문가 에서 아예 산다. 유리창문에 이런 문구도 써서 붙여 놓았다. [메리골드야 사랑해]라는.

알록달록 반짝이풀을 이용해서 마치 축하 메세지처럼 스스로 만들어 놓은, 말하자면 플랭카드인 셈이다. 그런 깨끗하고 아름다운 하늘이의 마음에 감동 했는지 메리골드는 떡잎을 빼꼼 내밀고 선보이더니 급속도로 자랐다. 이젠 제법 줄기도 튼튼하고 색깔도 진한것이 꽃구경도 할수 있을것 같은 핑크빛 바램도 우리에게 안겨준다.

하늘이 손에 거치는 모든것은 아름답다. 살아있다. 그녀의 손이 마술을 부리는 걸까? 헤리포터가 부럽지 않다. 그녀의 맑은 눈빛에 꽂힌 모든것이 생명이 되고, 기쁨도 된다는걸 안 후, 나는 그녀의 심성이, 보석보다 더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 새롭게 또다시 하늘이의 사랑을 받게된 두 마리의 누에.

하늘에서 내려준 신비하고 깨끗한 벌레라 하여 '천충' 이라고 하는 누에의 꿈틀거림이 그리 밉지만은 않았다. 왜냐하면 이미 우리가족이 되어버렸으니까.

난 평소 뼈대없는집 자손들(흐물흐물 다니는 곤충) 을 몹시  무서워 했다. 사람같으면

뼈대없는집 자손들은 버르장머리가 없어서 싫어하지만 곤충들은 단지 징그럽다는 생각때문에......

"엄마, 누에 귀엽죠? 색깔도 하얗고"

"아~니-_-; 엄마는 귀엽게 보이지는 않~지만 -_-;우리 가족 이니까 잘 키워 보자. 하늘이만 믿을께 으으윽"

"엄마, 누에가 얼마 있으면 실을 푼대요, 그래서 실로 집을 만든대요. 그리고 그속에 들어가서 번대기가 되어가지고 또 한참 있으면 나방이 되어 나온대요."

"그래? 와~ 디따 신기 하겠다. 근데 그걸 누에 혼자서 다 할수 있데니?"

"그렇대요. 되게 용감하죠? 엄마나 아빠가 도와주지 않아도 혼자 할수 있나봐요. 정말인지 지금부터 키워보면 알겠죠뭐."

"그래 맞아. 우리 누에가 죽는일 없이 잘 한번 키워보자 알겠지?"

"알겠어요, 엄마.변화할때 마다 누에키우기  란에 그림도 그릴거예요. 선생님이 그러라고 하셨어요."

"하늘아 만약에 말아야, 누에 혼자서 그 큰 일을 다 하는거 확인 되면 하늘이도 무엇이건 혼자서 잘 해낼수 있는 용감하고 씩씩한  숙녀가 되기다? 약속?"

그녀는 예쁘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떡인다.

나는 믿는다. 누에 역시 하늘이 사랑 때문에 잘 자라, 하얗고 둥그런 누에집을 볼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하늘이도 한뼘은 더 커서 혼자서도 잘해나가는 용감한 숙녀가 될거라는 걸.

"엄마, 그런데요, 누에나 메리골드, 그리고 햄스터가 혹시 수두에 걸리면 어쩌죠?"

"그런 일은 없을거야. 사람만 걸리는거래. 그렇지만 항상 조심하고 손 깨끗이 씻어야돼?

"어휴~ 다행이다. 알겠어요"

그녀의 눈빛은 또 새로운 호기심과 기대로 가득 차있다. 반짝반짝 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