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얼굴 앞으로 냉커피를 쑥 내밀었다. 아무말 없이 받아드는 그..
아무리 냉전 중이라도 해줄건 다 해준다.(그런 심사다.)
며칠전 우린 아들의 여름방학 숙제 때문에 싸웠다.
내가 숙제를 봐주다 흥분한 관계로 높아진 언성 때문이었다.
시끄럽다나 어쩐다나...
아이 숙제 봐준다고 줄여 달라는 텔레비젼 소리는 안줄이고 소파에 누워서 내게 소리를 버럭 지른다.
여태 뭐하고 이제서 숙제 시키냐구,,그냥 두라구.. 갑자기 속이 상했다.
아이들 앞에서 엄마의 꾸중 소리가 시끄럽다니...(그건 정말 충격 이었다.)
연애 8년의 우린 서로 죽고 못살아 결혼을 했다.
그렇게 다정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순수하고 착한 면이 좋았다.
친정 부모의 반대에도 굴하지 않고 한 결혼은 나름대로 순항 이었다.
사실 그 소리에 전 같으면 그냥 눈만 흘기고 치웠을 것이다.
똑같은 말이라도 유난히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히는 날이 있다.
그날은 정말 힘든 날이었다.
아이둘은 말을 너무 듣지 않았고 저녁이 되니 목이 다 잠겨 말 조차 할 수 없었다.
하루종일 종종 거리며 집안을 다니는 나에게 그건 너무 서운한 말이었다.
하지만 내가 지금 화난것은 그것 때문이 아니다.
갑자기 말문이 닫혀 버린 나에게 똑같이 말을 걸지 않는 남편 때문이다.
내가 다 잘했다고 말하는것은 아니다.
결혼초에는 서로 며칠씩 말하지 않고 각자 다른방에서 자는 것은 상상 하지 못했다.
근데 지금은 약간의 어색함만 있을뿐....별로 불편함이 없다.
오히려 더 편해 하는것 같은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설마 그건 아니겠지..)
아이들 목욕이며 식사준비며 청소며 빨래며 고스란히 내 몫이 되어 버렸다.
소파에 누워 텔레비젼만 보는 남편뒤에다 대고 소리를 버럭 지르고 싶었다,
말안하고 지내니깐 부탁하는것 없어서 좋겠네...하면서..
걸레질을 하다가 거울을 봤다.
일그러진 얼굴이 나를 반긴다.
나의 웃는 모습이 다들 좋다고 한적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나도 나를 보고 싶다.
거울속의 나 말고 내 마음속의 참된 나를...
웃음이 예쁘고 불협화음 안내는 나를..
그래도 내일쯤이면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섭섭함을 풀어야 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