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
님들이 웃겠다. 그런데 오늘은 지우고 다시 쓰고 싶지가 않다.
저녁 해가 산마루를 넘으려는데 영감이 바쁜 걸음으로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난다.
급하게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누르려니 말을 잘 듣지 않는가?
"뚜뚜따따. 뚜뚜따따." 현관 벨소리가 괴이한 소리를 지른다. 성질 급한 만석이가 마주 나가서 문을 연다. 신발도 벗지 못하고 영감이 뛰어들며 묻는다.
"옥상에 빨래 좀 걷었나?"
"아니. 빨래 널었어요?" 사실은 화장실의 세탁기가 비워져 있는 것을 보고 영감이 빨래를 했구나 싶기는 했다.
내 소리는 듣지도 않고'빨래 좀 걷지.' 혼자 중얼거리며 옥상으로 오른다.
"오늘은 미세먼지가 많다는데....''
미세먼지가 많다는 건 영감의 걱정거리가 아니긴 하다. 영감이 선심을 쓰려고, 시키지도 않은 세탁기를 돌렸으니 가상하게 여겨서 일 절만 하자.
저녁밥이나 앉히자고 주방으로 들어서니, 잔잔한 종이쪽이 줄을 섰다.
'쓰레기통을 비웠나?' 묻지도 않고 슬쩍 쓰레통을 시찰한다.
늘 영감이 하던 일이니 새삼스러울 건 없지. 혼자 웃으며 쓰레기통의 뚜껑에 걸레질을 한다. 마음 같아서는, '쓰레기통을 비우면 뚜껑도 좀 닦으시오.'했으면 좋겠으나 동티가 날까봐 입을 닫는다.
어느 날 김권사가 말했다.
"옥상에 빨래는 아저씨가 다 널어 주시데요. 좋아보여요."
" 예. 밥 얻어먹으려면 해야지요 허허허.' 오잉~! 영감이 그런 말도 할 줄 아네?! 그래도 차마,
"빨래를 돌리는 것도, 빨래를 걷는 것도 영감이 다 해요.." 소리는 차마 못하겠다. 크 크 크.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을 올라서 새해 맞이하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