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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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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 꺾으러 가자.


BY 나목 2021-04-23

언니야, 고사리 꺾으러 가자.
우리들의 어린 봄날 아침처럼
솔솔이 뿌리던 안개비 걷히었다.
머리를 짓누르는 걱정 근심일랑
그냥 집에 놓아두고 온나.
폴짝폴짝 풀잎 이슬 털며
먹이를 찾는 산짐승같이
고사리 덤불속으로 가자.
작년의 늙은 고사리들
새순을 품고 쓰러져 있는 자리
크고 실한 것들만 꺾고
비죽 돋아나는 어린 것들은
후제 사람들에게 남겨 놓세.

산벗꽃 우실우실 떨어진 자리
연두색 싹이 돋아나고
동백나무 기름진 잎사귀 사이
붉디 붉은 동백꽃들
툭툭 떨어지는 소리 들으며
어째서 참말로 오진 것들은
나올 데가 그리 없어
험한 가시 덤불속에서 나는가
이야기하며 옷을 털면
저만치 훑고 지나온 자리
장난처럼 서 있는 고사리 하나
꺾을까 말까.

노오란 송화가루 날리는 산길
제비꽃 따라 내려가면
우리 쫑이 멍멍 짖으며 달려오고
옛날처럼 울엄마
머리에는 흰 수건 쓰고
마당 한켠에 솥단지 얹어
팔팔 물을 끓이고 계시면
참 좋겠다 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