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피기까지의 시련이 두려워
못살겠다는 너.
세준이도 다희도 예림이도
너도나도 꽃이어야만 한다니
그러면 꽃밭은 누가 돌보나.
소는 누가 키우나.
세상이 변하여 소 키우는 일이
아름답기야 하겠냐만
추운 겨울날에는 뜨끈한
소죽을 쑤어서 먹이고
들이 온통 푸르게 덮이는 계절이면
들로 산으로 풀을 뜯기고
지루하다 싶으면
소는 나무에 매어두고
네가 그늘을 베개 삼아
한숨 자도 누가 나무랄까.
늬엿늬엿 지는 저녁해를 등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디쯤
폭폭 두엄 삭는 냄새
달디 달겠네.
나는 네가 앞뒤도 안보고
위아래도 쳐다보지 않으며
묵묵히 마음속에 소 한 마리
늠름하게 키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