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 인간
이렇게 흘러가는 삶도 있구나
전성기는 까마득하고
가끔씩 찾아온다는 짧은 행복도 없다
꽤 보기 드문 이런 삶에 대해
사람들은 해석의 문제일 뿐이라며
계속 살라고 한다
절망도 습관이 되면
그럭저럭 견딜 만하다는 건데
익숙함이 될 때까지
얼마나 더 무너지고 무뎌져야 하는가
아마도 그들에게 남아도는 인간이 필요했겠지
잉여 인간
신이 애초에 양산하려던 계획을 넘어
불필요하게 태어난 인간
신의 필요에 의해 태어난 인간들이
행복을 느끼며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반대편에서
절망과 한숨을 뒤집어쓰며 살아가는 인간
선택된 자들에게
상대적 행복감을 듬뿍 선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슬픈 잉여인간
출처: 시집[우리는 사람이다]/ 시 쓰는 사람 단/ 북랩
잉여(剩餘)라는 단어를 아십니까? 저도 잘 몰라서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쓰고 난 나머지'란 뜻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잉여인간'이란? '쓰고 난 나머지 인간'이란 뜻일까요?
요즘 우리사회를 보면, 한 시인의 '잉여 인간'이란 시처럼, '슬픈 잉여인간'이 되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광화문광장에서 격렬한 시위가 있었죠! 어떻게 보면 그들은 이미 이 사회에서 '슬픈 잉여인간'으로서의 소외감에 빠져있거나, 앞으로 '슬픈 잉여인간'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인지 모르겠습니다. 저 같은 사람은 이미 '슬픈 잉여인간'이라고 해도 그렇게 광장에 나가, 거칠게 하소연(항의)할만한 용기도 없습니다. 비겁하다고 하겠으나, 조용히 살다 조용히 가는 길을 택한 사람이겠죠!
어떤 부류에 속해있는 사람이건, 저에게도 꿈은 분명합니다. 남아도는 인간이 아닌, 인간다운 인간이 되는 것. 이 시집의 제목 '우리는 사람이다'처럼, 나도 우리 안에 포함된 사람이 되는 것. 대접받는 사람이 되는 것. 바로 그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