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길을 걷는다
외투속에 손을 넣고
고즈넉한 밤거리
소슬바람 지나고
간신히 달린 단풍 잎새 하나 버티고 있네
지나치는 집에서 새어나온 불 빛
아마 저 집에는 군고구마를 먹고 있겠지
방금 막 구워 낸 따끈한 고구마를
서로 먹어 보라고 권하겠지 아마
어쩌면 밤근무를 가려는 남편 잠 깰까봐
아이를 들춰 업고 조용조용 식사준비를 하던지
집 가정 가족을 잠시 놓아 두고
외롭고 쓸쓸한 가을을 즐겨야지
저만치 내 자신을 놓아 두고
여행자가 되어 본다
이게 나만의 병일지도라도 어쩌랴
이제 마음을 새롭게 하고 조금 더 따스한 사람이 되어 보기위해
이 가을날 외롭고 쓸쓸한 가을 길을 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