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 인간
이렇게 흘러가는 삶도 있구나
전성기는 까마득하고
가끔씩 찾아온다는 짧은 행복도 없다
꽤 보기 드문 이런 삶에 대해
사람들은 해석의 문제일 뿐이라며
계속 살라고 한다
절망도 습관이 되면
그럭저럭 견딜 만하다는 건데
익숙함이 될 때까지
얼마나 더 무너지고 무뎌져야 하는가
아마도 그들에게 남아도는 인간이 필요했겠지
잉여 인간
신이 애초에 양산하려던 계획을 넘어
불필요하게 태어난 인간
신의 필요에 의해 태어난 인간들이
행복을 느끼며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반대편에서
절망과 한숨을 뒤집어쓰며 살아가는 인간
선택된 자들에게
상대적 행복감을 듬뿍 선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슬픈 잉여 인간
출처: 시집<우리는 사람이다>/지은이:시쓰는 사람 단/ 출판사: 북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