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풀이
오뉴월 땡볕이 시들더니 훌쩍 높아진 하늘 허허롭고
움켜진 호미가 달고 달아서
몽땅 그리 늙어 빠진 이내 몸 뚱 아리 마냥
삐 거 덕 삐거덕 헐 덕 인디
뒷주머니 찬 쌈지 돈조차 꾹꾹 찔러 보냈어도
눈물콧물로 옭아댄단 말이오.
여보시오, 야속도 하구려
이녁들 들으시오
내 콩 한쪽도 나누고 싶으오, 만은
이녁들이 뻔질나게 빼어먹은 곶감은
깨물어 나눌 콩 흔적조차 묘하고 그 한쪽이 귀하더이다.
진심 이란 것 보잘 것 없는 이내 몸 뚱 아리에
귀하디귀한 그것 고이고이 보낸 마음 그것조차
깡그리 먹어치우셨소
이녁들이 휘저은 텅 빈 가슴팍에
쇠스랑으로 갈아엎었으니 씨앗이라도 좀 뿌려보오
동화가 그 립 구려 휘영청 밝은 달 아래
긴 긴 밤이 짧도록 오가는 형제의 볕 섬
간 절 이 원 하고 원 하건데 태산처럼 높아가는 우애를
조금 아주조금 귀퉁일 지라도 빌리기 라 도하면
아니 되 겟 소
쥐어뜯은 머리카락으로 텅 빈 망태만 하나 더 짰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