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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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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에 산다는 것은


BY 푸른느림보 2014-05-21

옆에 있는 동네는

아직 15층짜리 아파트 짓느라 바쁘다

땅바닥을 다지고 또 다져서

수 백명 사는 아파트 무게를 저울에 달고 또 달릴 때

 

압력밥통에 흰 연기가 미사일처럼 파아악

발사하면 나는 주걱을 들고 밥통을 연다

밥통 비우는 시간과 내 밥그릇 채우는 시간이

교차점을 이룰 때​

아! 사는 것이 별 것 아니구나 할 것도 없고

별 것이래도 이상한 것

동그란 세탁기 전원을 꾸욱 눌러

벗겨진 옷들 세제에 헹궈진 피부처럼

탈탈 털어  빨랫줄에 걸쳐 

햇볕에 말려가는 가벼운 껍질이 불행과는 아무 상관이 없을테고

아파트 공사장에서 두둘기는

망치질이 한 낮의 빈 하늘에 탕탕 울린다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빈 목소리에

오월

그 푸르디 푸른 풀빛이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