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있는 동네는
아직 15층짜리 아파트 짓느라 바쁘다 땅바닥을 다지고 또 다져서 수 백명 사는 아파트 무게를 저울에 달고 또 달릴 때 압력밥통에 흰 연기가 미사일처럼 파아악 발사하면 나는 주걱을 들고 밥통을 연다 밥통 비우는 시간과 내 밥그릇 채우는 시간이 교차점을 이룰 때 아! 사는 것이 별 것 아니구나 할 것도 없고 별 것이래도 이상한 것 동그란 세탁기 전원을 꾸욱 눌러 벗겨진 옷들 세제에 헹궈진 피부처럼 탈탈 털어 빨랫줄에 걸쳐 햇볕에 말려가는 가벼운 껍질이 불행과는 아무 상관이 없을테고 아파트 공사장에서 두둘기는 망치질이 한 낮의 빈 하늘에 탕탕 울린다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빈 목소리에 오월 그 푸르디 푸른 풀빛이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