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노을
- 정 현정 -
겁없이 놀던 오장육부의 젊음에도
이젠 주름 가득 패였구나.
왕성한 패기와 용기를 자랑하던
그 시절엔,
손 안에 아무 것도 없어도
다 가진 부자엿다네.
가난도, 아픔도, 고통도
그저 한 뼘도 되지 않는 시냇가를
풀쩍 뛰어 넘는 시험이였다네.
내 손에 살이 빠져
더 많은 것을 쥐고서도,
그 손아귀 속 채우려
땀 뻘뻘 흘려대는 현실의 모습.
무엇에 부딪쳐도 그 아픔조차
쉬이 잊어 버리던 내 몸은
도토리만한 작은 둘부리에 체여도
바위에 맞은듯 고통스러워 하네.
영혼으로는 붙들어 일으킬 수 없는
육신은 자꾸만 땅으로 향하고
젊음과 안녕하면서
머릿 속 가득,
이어줄 세대는 공감할 수 없는
교과 인생만 가득하네.
아무 것도 가진 거 없었기에
더 재미났던 젊음.
다 가지고도 슬픈 현실,
추억한다는 건
내 마지막 삶의 낙인가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