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한 마리를
구더기들이 다 먹었다
한 때는 유연하고 경쾌하게
어느 집 담장을 넘었을
작은 몸뚱아리
삭은 뼈 하나 없이 고작
마른 옥수수 수염같은
쟂빛 수의만 입고
오롯이 엎드려 있다
날마다 드나드는
마당 한편에서
삶과 죽음이
은밀하게 진행되는 동안
비도 오지않고
가을 바람만 수런거리며
왔다 갔을 뿐
사소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나는 부단히 바빴나보다
수의를 들추자 수십마리의
희고 살찐 무리들
너희는 죽음을 먹고
날개를 달겠구나 가엷게도
삶과 죽음 사이를
무참히 날아야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