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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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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죽음


BY 나목 2013-10-31

고양이 한 마리를 

구더기들이 다 먹었다

 

한 때는 유연하고 경쾌하게

어느 집 담장을 넘었을

작은 몸뚱아리

삭은 뼈 하나 없이 고작

마른 옥수수 수염같은

쟂빛 수의만 입고

오롯이 엎드려 있다

 

날마다 드나드는

마당 한편에서

삶과 죽음이

은밀하게 진행되는 동안

비도 오지않고

가을 바람만 수런거리며

왔다 갔을 뿐

사소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나는 부단히 바빴나보다

 

수의를 들추자 수십마리의

희고 살찐 무리들

 

너희는 죽음을 먹고

날개를 달겠구나 가엷게도

삶과 죽음 사이를

무참히 날아야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