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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가을(수항리연가)


BY 비단모래 2013-11-05

아버지와 가을

            비단모래

 

요양병원 허름한 침대에서

네번째 가을을 맞으신 아버지

 

가을이면 황금 들판에서 굵은 힘줄로

타작을 하시고

콩타작 깨타작에 꿈을 거두시더니

 

8남매 매달린 등에 얹힌 워낭소리

한시도 쉬지않고 흔들렸지만

남은 건 뼈마디 마다 튀어나온 디스크 조각들

 

그만 허물어져

그렁하게 들판만 바라보는 아버지는

고스라진 빈들판 같이

퇴색한 빛으로

가을을 보내신다

 

단풍들면

단풍지면

아버지는 고향에 가고 싶어하시는데

 

아버지 허리는

커다란 못이박혀 가을벽에 서 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