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가을
비단모래
요양병원 허름한 침대에서
네번째 가을을 맞으신 아버지
가을이면 황금 들판에서 굵은 힘줄로
타작을 하시고
콩타작 깨타작에 꿈을 거두시더니
8남매 매달린 등에 얹힌 워낭소리
한시도 쉬지않고 흔들렸지만
남은 건 뼈마디 마다 튀어나온 디스크 조각들
그만 허물어져
그렁하게 들판만 바라보는 아버지는
고스라진 빈들판 같이
퇴색한 빛으로
가을을 보내신다
단풍들면
단풍지면
아버지는 고향에 가고 싶어하시는데
아버지 허리는
커다란 못이박혀 가을벽에 서 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