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를 찌다
다시 냄비를 태웠다
검게 태워지기를 여러번
겹겹의 흔적이 어지럽다
처음 들였을 때의
중한 마음 이미 잊고
이것저것 부리기에는
제격이 되어버린 묵은 살림
철수세미로 박박
문지르다 문득 나
가난한 이력 지우지 못해
지금 이곳 이 자리가
내 삶의 적소라 자위하며
저 냄비처럼 누덕누덕
허드레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