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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자살은


BY 시 쓰는 사람 단 2013-10-14

 

아마도 자살은

 

 

 

아마도 자살은

별게 더 있을까라는

체념의 질문에서 시작되는 듯하다

내 손으로 날 마감시킨다는 것은

매우 극단적이고 거친 행위지만

그 행위를 가져오는 것은

어찌보면 매우 단순해 보인다

바로 삶에 속았다는 것이다

 

 

보통 다가올 것은

지나간 것 보다 더 화창해야 할 것이다

빗길을 걷고 있는 자에게, 다음에도

우산을 걷어낼 수 없는 현실이 지속된다면

축축한 발걸음을 견뎌낼 수 없을 것이다

한 줄기 빛을 보기 위해 걷는 자는

지금의 습함이 두려운 게 아니라

숱하게 견뎌내도

찾아오지 않을 화려한 날에 무너지는 것이다

 

 

희망으로 얼마나 속이고 있는가

화려한 날은 언제 오는가

이제 손에 잡 힐만 한가

비라도 그칠 것 같은가

밋밋한 날이라도 오겠는가

 

 

누가 날 속여왔는가

너인가

아니면 

나인가

 

 

 

 

*시집[일기를 넘지 못하고]  <시 쓰는 사람 단> 2013년 tstore, 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