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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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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 쓰는 사람 단 2013-08-30

 

 

 

 

 

끝이 없는 일이다

끝을 알 수 없는 일이다

한 줌 풀을 뽑고 나면

보이지 않은 곳에선

또 한 줌 풀이 자라고 있었다

눈앞에선 말끔하게 정돈된 삶이

등 뒤에선 제 멋대로 갈라지고 있었다

억울하여 낫을 들고 후려치면

뿌리가 살아 억세게 올라오고

죽을 힘 다해 뿌리까지 뽑아내면

또 봄이 되어 새로운 씨앗이 싹텄다

애써 무관심해져 무성하게 키워 놓으면

풀의 독성에 시름시름 앓았다

 

 

풀엔 나비가 없다

불연 듯 스쳐지나가는 홀림이 없다

나풀나풀 날아가는 나비처럼 살고 픈데

나비는 풀잎에 날개가 벨까 두려워 오지 않는다

독침을 품고 윙윙거리는 벌도 볼 수 없다

벌을 꼬드기는 달콤한 재료가 없어

강하게 한 방 얻어맞고 혼미해 질 기회가 없다

그리하여 풀과 함께 살면 외로웠다

 

 

풀은 독한 생명력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그 본성에 손을 대면 더욱 질겨진다

풀을 제거하려는 안일한 행동은

눈앞에 있는 것들은 사라지게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것들에게

더욱 질기게 사는 법을 제공한다

이리하여 죽었던 풀은 다시 살고

삐죽삐죽 올라서는 무성한 풀을 보며

그 기막힌 생명력에 눌려,

시름시름 눕혀졌다

실상 풀은 나였을 것이다

보기 싫은 나였을 것이다

그리하여 죽이고자 했지만

그래서 죽지 않았을 것이다

눈감고 싶은 내 모습이

눈 뜬 내 앞에 나타나면

그 낯설음에 죽이고자 덤벼들었지만

못할 일을 해가며

목숨 부지하는 낯짝에 서글퍼하며

연명(延命)했던 것이다

 


 

 

*시집[일기 속에 일기]  <시 쓰는 사람 단> 2013년 tstore, 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