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산책
김수인
오늘은 무슨 슬픈 날이기에
하늘이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지.
아침부터 내리는 비에 고요함으로 젖어가는 세상을
조그마한 창을 통해 바라본다.
창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들녘은
내리는 비를 쓸쓸히 맞으며 돌아서는
가슴 아픈 사연의 어떤 이처럼
조용한 인고와 고독만을 풍기며 내게 손짓을 한다.
나무로 만든 오래된 문을 열고
한 발짝 차가운 세상으로 나서면
내리는 비에 나도 젖어 고독이 엄습해 오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 들길을 따라 걸어서
내리는 비에 모든 것이 흘려 보내고
돌아올 때는 무한한 자유만 안고 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