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2
비틀대던 그 사람이 선명하다
어둠 속에서도 또렷할 정도로 빗줄기는 굵었다
반듯하게 차려입은 양복은 비에 흠뻑 젖어 있었다
술에 취해 있었지만 양복 속 넥타이는 가지런했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땐 희망을 품고 나온 것이다
그가 내게 흐느적거리며 손을 흔들었다
내가 탄 차는 금방 그와 작별했다
손 살 같이 지나쳤지만 그 아픔은 오래 남았다
어둠속에서 비 맞으며 비틀거리지 않았지만
그 모습은 나였다
희망을 품고 시작한 하루가 빈손으로 끝났을 때
그 절망을 세상에 드러내 보이지 않았지만
그 모습은 나였다
손 흔들어도 세상은 그냥 지나갔다
멈춰서는 것은 없었고
날 흠뻑 적시던 그 어둠과 거센 빗줄기도 그대로였다
그들도 그 불행을 겪고 있는 중이었고 위로 받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축축한 날 위로해 줄 수 없었다
그냥 지나쳤지만
돌아서서 함께 울었을 것이다
*시집[일기 속에 일기] 2013년 tstore, e-book, <시 쓰는 사람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