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꽃 그리움
김수인
강이 흘러 바다와 만나는 땅 끝 마을 어느 곳에서
아직 문명의 손길이 뻗치지 않은 시골길을 걷다가
고풍스런 집의 조그만 울타리에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는
붉디 붉은 단 한 송이 장미를 보았지.
붉은 장미는 당신의 빨간 입술을 그리게 하고
홀로 도도히 서서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이
언제나 기품이 넘쳐나던 당신의 자태를 떠올리게 해
다시금 당신이 내 마음 속으로 들어와 나를 그리움의 시간으로 이끌고,
이제는 당신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시간도 기억 저 편으로 보내야 하기에
나는 장미를 가져가지 않고 조용히 입 맞춘 후 길을 떠났다.